그녀는 5월의 여왕이었다

캘리포니아 그녀 3화

by 이순직

8


그녀는 차갑게 식은 소보루빵을 움켜쥐고 그림자처럼 철수들 뒤를 밟았다. 인적 많은 사람의 마을을 벗어나 소나무 전나무 듬성듬성 줄 서 있는 언덕, 북쪽에서 매우 서늘한 바람이 촘촘하게 몰아닥치는 언덕 위에 바윗돌처럼 마주 서 꿈쩍 않는 두 철수를 건너다보았다, 조금씩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거뭇거뭇해지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산호세의 황량한 언덕에 두 총잡이, 황금 광산을 배경으로 마주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모험을 했을까, 그녀는 진지하게 추측했다, 표적과 관계없이 쏘아댄 총알들에 쓰러진 숱한 것들, 가령 유령 하룻밤 창녀 헛된 시간 의미 없는 열정 그림자처럼 달라붙는 코만치 부족…, 결투는 결코 황야의 무법자처럼 멋지지 않았다. 몇 번의 발차기와 오락가락 허공을 가르는 주먹질에 이어 뒤엉킴, 살갗과 살갗이 부딪치고 거칠어진 숨소리를 나누고.


"남자들이란 어쩜 저렇게 한심할까?"


땅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는 두 철수를 보며 그녀는 심드렁해졌다. 엎치락뒤치락 뿐인 단조로운 움직임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어둠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이철수의 입가에 피어난 핏빛 어둠은 금세 거친 숨소리에 묻혔다. 그녀는 서너 걸음 다가가 식은 소보루빵을 그들에게 던졌다. 뒤돌아 천천히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등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명색이 싸움인데 무승부는 없어. 승자는 누구야?"


장욱진은 쐐기 먼저 박겠다는 투였다,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영락없이 빠져나가는 수작질을 넘겨짚고.


"박철수는 아직 없는 거야?"


김선미는 딴생각에 골몰했는지 뜬금없이 내뱉고 창밖을 내다봤다, 눈이라도 오는 걸까, 거뭇한 창.


"얼마 전에 만났는데 이 얘긴 모르던데?"


김용덕은 어깨 살짝 올렸다가 내렸다, 두 손 앞으로 내밀어 뒤집어엎으며 난 모르겠다는 표정 지으며. 그 순간 미닫이문 도르래가 천천히 굴러가는 쇳소리, 어둠 속에서 사내가 쓱 들어왔다. 이젠 하다 하다 한여름 함박눈도 익숙해져야 하나…, 혼잣말 중얼거리며 어깨에 잔뜩 쌓인 눈을 툭툭 털어내고 진저리를 쳤다. 바닥으로 떨어진 눈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모든 싸움이 그렇듯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기준은 제멋대로다. 누구나 예외 없이 승자이면서 동시에 패자이고 패자이면서 승자일 수밖에 없다, 이철수와 인철수도 마찬가지.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뒤엉켜 있던 그들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피칠갑에 풀린 눈동자, 축 처진 어깨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눈길 닿지 않는 저만치에 앉아 있던 그녀도 사람의 마을 내려다보았다, 펄펄 끓는 온갖 욕망이 악다구니 쓰는 거칠게 헐떡거리는.


"결판은 내야지. 내일은."


"저물녘에 여기서, 다시."


두 총잡이는 악수로 약속을 확인하고 언덕을 내려갔다. 그들이 가로등 불빛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싱겁기 짝이 없는 싸움의 끝을 얼추 넘겨짚었다, 도긴개긴이야. 떡 가진 사람은 줄 생각도 없는데….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인터스텔라(Interstellar)의 쿠퍼처럼 시공간을 뛰어넘어 저편을 건너다보았다. 투박한 원목 탁자에 턱 괴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무리 중에 제법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이편을 바라보는 장욱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엷게 웃었다. 장욱진은 결코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없으리라, 김용덕 역시. 김선미는 따분한 모양인지 탁자 위에 길고 가는 검지로 누군가의 얼굴을 아무렇게나 그리고 있었다.


며칠 뒤 산호세의 황량한 언덕이 내려다보이는 등산로에서 그녀가 목격한 것은 놀라움도 아니고 끈질김도 아니었다, 유리창 성에 같은 엷은 어스름 너머 치고받고 하다가 땅바닥에 엎어져 한 몸으로 나뒹구는 두 철수에게서. 징그러웠다. 단숨에 등산로를 내려왔다.


"그만들 하지."


죄책감은 없으나 모른 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넌 상관 마.“


"너하곤 상관없는 일이야."


거친 숨소리 가까스로 뱉어내면서 두 총잡이는 그녀와 결단코 관계없는 일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잘들 쌈박질해봐, 그녀는 냉정하게 뒤돌아섰다. 앞산 너머에서 노을이 붉게 타고 있었다, 곧게 뻗은 골목길에 낙엽처럼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어도 여전히 귓가에서 헐떡이는 거친 숨소리.


"박철수라고 하는데요.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요, 전화번호 줄 수 있나요?"


그녀는 고개 돌려 목소리 주인을 찾았다. 또 철수야, 끔찍하게. 속엣말 낮게 중얼거리며.


9


그러나 속엣말과 달리 이철수가 수줍게 등 뒤에서 미미 불쑥 꺼내 그녀에게 내밀자 마음 아주 작은 구석이 환하게 빛나던 그 저녁 짧은 순간처럼 따뜻함과 설렘이 슬그머니 찰랑거렸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버스 정류장이 뮤지컬의 화려한 눈부신 조명이 비추는 무대로 어느 사이 바뀌었다. 이미 정해진 각본이지만 많은 관객 앞에서 수없이 쏟아낸 대사와 노래와 춤이지만 생전 처음 하듯이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박철수를 무심한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고 고개 돌렸다. 귓가에 어지럽게 맴돌던 거친 숨소리가 천천히 잦아들었다.


"지금은 안된다고 알고 다음에 또."


박철수는 그녀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때마침 멈춰 선 버스에 부리나케 올라탔다, 버스 번호도 확인하지 않고 허둥지둥 서두르는 걸로 보아 몹시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투가 분명했다. 어쩌면 타지 말아야 할 버스일지도. 버스는 이내 떠났고 꽁무니를 무심코 바라보자 그녀는 마치 버림받은 것처럼 밀려오는 처연한 감정과 기가 차서 말문 막히는 어처구니없는 조금 전 상황이, 박철수 저 혼자 지지고 볶고 장구 치는 조금 전 상황이 뒤얽혀 어디선가 만났지만 익숙하지 않은 기분에 휩싸였다. 한참 골몰하다가 비로소 박은혜를 떠올렸다, 미미 낚아채던 짧은 순간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던 헛헛한 상실감, 찰나의.


"박철수는 다르게 기억하던데?"


김용덕은 습작 토론회 할 때처럼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빠르고 단단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기억 조작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강렬한 기억일수록 정확하다고 볼 수 있어."


이충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철수 선배 기억에 한 표!"


김선미까지 김용덕을 지지했다. 뻘쭘해진 나는 무안해진 마음에 김용덕처럼 어깨를 가볍게 올렸다가 내렸다, 당연히 두 손 앞으로 뻗어 손바닥 위로 뒤집으면서 표정까지 잊지 않고.


여느 날과 조금도 다름없었다. 통일전망대는 소소한 평양 소식을 퍼 날랐는데 가령 '일 없습네다'가 '괜찮다' 혹은 '상관없다'라는 정중한 거절 의미라며 언어의 이질화(異質化)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는 우려를 굳이 현대식 높은 건물을 뒤에 두고 널찍한 6차선 도로 타고 유유히 지나가는 소달구지를 배경 화면으로 내보냈으며 서울 시내 모든 대학 교문 언저리에는 장미보다 붉은 최루가스가 무더기로 엄청나게 피어나고 있었다.


최전방 GP에서 복무했던 박철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뒤돌아보았다. 일주일 넘게 미행하던 정보과 형사는 보이지 않았다. 저만치 버스 정류장으로 충분히 느린 걸음으로 걸었다, 발끝으로 노을 툭툭 치면서. 버스 정류장 의자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여자가 왠지 눈에 익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철서신을 전달하려는 건 아닐까.


"박철숩니다. 전화번호 있나요?"


덜컥 말하고 나자 섣부른 행동이라는 걸 여자 눈빛에서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고개 돌리는 여자 앞에서 박철수는 다급해졌다. 설마 초짜라도 짭새는 아니겠지…, 박철수는 정거장에 이제 막 멈춘 버스의 발판을 힘차게 디디며 서둘러 올라탔다. 프락치로 전락한 놈에 따르면 미인계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양심 고백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마주 앉혀놓고 조각난 기억을 낱말 퍼즐처럼 맞춰볼 수도 없으니…."


"원래 추억은 제각각이야, 사람마다. 옳고 그른 것은 없어."


장욱진은 단정 지었다.


"그런데 산호세 언덕에 있던 총잡이들은 어떻게 되었대?"


김선미가 다소 짓궂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그 언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김선미의 호기심을 채우고 싶다는 욕심이 느닷없이 치솟아 머릿속으로 빠르게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김선미는 어떤 결말을 좋아할까, 장욱진은 누가 승자인지 여전히 궁금할까…, 그들의 표정을 섬세하게 살피면서 나는 꼴깍 생침부터 삼켰다.


땅거미가 언덕 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었다. 이철수는 벌러덩 누워있고 인철수는 쭈그려 앉아 있었다, 거친 숨소리 조금씩 잦아들고.


"우리가 왜 싸웠지?"


"잊어 먹었어."


"노을도 끝자락이네."


"내일도 흐드러지게 피어날 테니 그딴 걱정 말아라."


"유치원 동기면 동네 친구?"


"지금은 이사 갔어. 아직 캠퍼스 커플은 아니지?"


"썸 타는 중."


"애초부터 승부는 우리 각자가 쥐고 있는 건 아니잖아?"


"맞아, 애당초 권력은 우리 것이 아니었어."


두 총잡이는 언덕 아래 사람의 마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언덕 초입과 동네를 구분 짓는 길에서 얼큰하게 취한 오래된 술꾼의 구슬픈 가락이 들려왔다, 하안 많은 이 세에상 야속한 니임아, 저엉을 두고 몸만 가아니 누운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마알고 하안 오백 녀연 사자는데 웬 서성화요오….


10


그녀는 5월의 여왕이었다, 더구나 시(詩) 쓰는. 일제강점기 개교한 이후 문창반에 처음 있는 일대 사건이고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대외적으로 학교 홍보대사 역할은 물론이고 대내적으로 문창반 얼굴이었다.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이 문창반으로 몰려왔으나 인정사정없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습작 토론회를 몇 번 거치면서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던 그들은 찰기 잃은 딱딱한 밥풀처럼 뚝뚝 떨어져 나갔다, 특히 그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상처 입고.


오히려 문창반 근처에서 적당한 거리 두고 힐끔거리는 패들이 오래갔다. 탈춤반의 인철수나 현사반(현대사상 연구반)에 속하던 박철수가 대표적인데 우리가 알고 있을 정도이니 그들 나름의 밀당 수준은 보통이 넘었다. 물론 넘겨짚는 것이지만 우리 중 이충환 역시 그녀에게 남다른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따지고 보면 나 역시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그런 감정이 거칠게 소용돌이치던 적이 있었으니.


"니가 도망치듯 일본 유학 간 것도 그녀 때문이 아니라구?"


장욱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땐 졸업한 이후잖아?"


이충환은 무슨 헛소리라는 표정으로 되받아쳤다.


"그런가? 시간이 헷갈리네…."


"그래도 당시엔 연정 품었던 티가 팍팍 났어. 내가 본 것만 해도 몇 번인데!"


김용덕은 단호하게 마침표 찍고 김선미를 건너다보았다, 너 차례라는 눈빛으로.


좁은 사잇길로 야트막한 산을 돌아가자 희고 높은 성곽이 나타났다, 의정부 교도소. 김선미는 거대한 성벽에 순식간에 압도되어 걸음을 멈추었다. 선명한 기억은 아니지만 성벽 위 망루 총을 든 경계병도 본 것 같았다. 김선미는 짐짓 사내처럼 허스키한 음색으로 헛기침 서너 번 해보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거대한 성벽에 좀처럼 기를 펼 수 없었다. 잔뜩 주눅 든 표정을 펴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야트마한 산 아래로 손톱만큼 자란 벼들이 옹송거리고 여전히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지난겨울의 추위를 살짝 품고 있었다.


험상궂게 생긴 사내 몇이 김선미 옆을 지나며 힐끔거렸다. 종암 경찰서 유치장에서 느꼈던 위압감은 비교 대상도 아니었다. 김선미는 면회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친구, 어제도 엊그제도 있더니만 오늘도네, 교도관은 힐끗 김선미를 보았다. 면회 횟수가 하루에 한 번뿐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잘도 오는구만. 김선미를 바라보는 교도관의 눈빛은 경멸에 차 있었다. 빛바랜 청남색 낡은 죄수복에 갇혀 있는 박철수는 싱글벙글이었다, 살벌한 교도소 분위기에 기가 죽을 법도 하지만.


"왔냐?"


한 마디 툭 내던지고 얼굴 가득 입 웃음을 지었다.


"땡땡이치고 온 건 아니지?"


"오늘 수업 없어요."


사실 있었다, 김선미는 생침을 꼴깍 삼켰다.


"이순직 그놈 얘기 아직도 여기서 파다해. 아주 꼴통이었다고 하더라."


"순직 선배가요? 그 얌전한 형이?"


"능구렁이 속을 누가 알겠냐? 너한테 껄떡대진 않지?"


"얼굴도 자주 못 보는데요, 뭘."


그 외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다지 중요하거나 명심해야 할 것들은 아니었다. 다만 면회가 끝나고 교도소 성곽을 벗어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좁은 사잇길은 걸어도 걸어가도 끝이 보이지 않아 마치 다람쥐 쳇바퀴 같다는 강렬한 느낌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맞은편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그녀를 마주친 것도.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럼 이렇게 헛걸음하지 않잖아?"


그녀가 핀잔처럼 말했지만 낯선 길에서 만난 반가움이 묻어났다.


"언니가 올 줄 전혀 몰랐어요. 스케줄이 꽉 차 있잖아요? 5월의 여왕인데."


"여왕은 무슨…, 낮술이나 가볍게 한 잔 할까?"


그녀는 버스 정류장 못 미쳐 지붕 낮은 허름한 백반집으로 들어갔다, 덜컹이는 미닫이를 힘겹게 밀어내며. 두 무리의 시커먼 남자들이 각각 식탁을 꿰차고 있었는데 한쪽은 소주를 다른 쪽은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햇살이 미닫이 유리창으로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왔다.


"까놓고 말해서 운동하는 애들 무서워하잖아? 무섭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고 껄끄럽게 여긴다고나 할까?"

한 사내가 말했다.


"당연하지. 교도관이 다루기 쉽지 않지. 떼거리로 노래 부르면 속수무책이잖아? 뭐라더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내가 다 외웠네."


나무젓가락으로 두부 한 움큼 집어 입으로 가져가려던 사내가 말했다.


그녀와 김선미는 안주가 나오기 전에 첫 잔을 들이켰다. 목구멍 속으로 넘어가는 짜릿한 독기가 발바닥까지 퍼져갔다. 그녀는 말없이 두 번째 잔을 채웠다. 드문드문 지나가던 버스가 정류장에 두 대나 서 있었다.


"조폭도 운동하는 애들 비하면 잡범이야. 사기꾼이나 강간범은 말할 필요도 없고. 잘은 모르지만 일단 젊은 데다가 눈에 보이는 게 없잖아? 우리나라 최고 웃대가리부터 잘못됐다고 떠드는 애들인데…."


"그러니 교도관은 송사리지."


그녀와 김선미는 두 번째 소주잔을 들었다, 조금 더 기울어진 햇살이 그녀의 얼굴에서 빛났다.


"애들 찢어놓으면 될 거 아니에요?"


중년 여자가 말했다.


"게네들 미결수야."


"섞어 놓으면 안 된다는 거네요?"


"그럼."


두 번째 독기는 얼굴에서 붉은 장미처럼 피어났다. 그녀는 아무 말없이 세 번째 잔을 채웠다. 김선미는 말 없는 그녀가 박철수를 면회하려는 그녀가 낮술 마시자고 먼저 말한 그녀가 조금 무서워졌다, 학교 홍보물에서 총장과 함께 방긋 웃는 5월의 여왕이기도 한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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