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 사랑
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여행 일기 #1 창원 가는 기차에서

by 이가연 Feb 28. 2025

내가 창원을 두 번이나 오다니.
내가 또 당일 기차 끊다니.

때는 2월 28일 0시 5분경.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서울에서 마산, 창원, 창원중앙역 중 아무거나 가는 KTX 기차표를 잡으려고 무한 새로고침했다. 데자뷔 돋았다. 이거 나 반년 전에 해봤는데. 그때 추석이라 기차표가 없던 게 아니었구나. 이 정도면 열차 운행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닌가. 나만 몰랐다 연휴인 거.

1순위는 마산역이었는데 아무리 새로고침해도 안 나와서 창원역으로 잡았다. 무슨 상관인가. 차로 7분 거리인데. 영국은 말이야... 매진이란 건 상상도 할 수 없단 말이야. 그냥 역에 걸어가면서 기차표 예매했다구. 그러곤 역 도착하면 절대 안 온다. 1시간 넘게도 기다려봤고, 취소도 몇 번 당했다. 그러니 9시 4분에 마산행 딱 출발하는 거 보고 박수 치고 싶었다.

창 밖을 보며 한국 기차 여행은 산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국에서 기차 타면 산은 볼 수 없다. 반면 한국은 수도권만 벗어나면 사방이 산이고 언덕이다. 구미, 밀양으로 갈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았다. 하필 서울에서도 어릴 적부터 강남, 그리고 지금은 여의도 살아서 그런 높은 건물들에 지쳤나 보다.

창원을 좋아한 이유도 '산 좋고 물 좋아서'이다. 그동안 부산하고 동해안만 가봤는데 물만 좋았다. 서울과 다르게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 산 좋고 물 좋은 도시를 가본 게 창원이 처음이었다. 말은 그럴싸하게 했는데 춘천도 산 좋고 물 좋지 않나? 뭣하러 KTX를 3시간씩이나 타나. 누구 만나러 가는 게 아닌 이상 이제 진짜 안 올 거다.


사우스햄튼에만 도착하면 심장을 온천탕에 담근 것처럼 편안해져서 오늘도 그걸 기대하고 기차표를 끊었다. 창 밖을 보며 내가 서울이 많이 갑갑했구나 깨달았다. 지난번 여행 왔을 때에도 '여긴 너무 머니까 다음엔 기차만 다닌다면 더 가까운 소도시 여행을 해야지' 싶었다.


왔다.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언제 과거를 후회하게 될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