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남을 마지막 8명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by 낙서인간

우리 문화에서 살아있는 몸은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이지만 죽은 몸은 혐오스럽고 가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생기를 잃어버린 시신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경험은 특별합니다. 난생 처음 시신을 목격한 순간,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막연한 사실이 갑자기 생생한 진실이 되어 뇌리에 새겨집니다. 특히, 젊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따뜻하고 활기차던 영혼이 스러지고 차가운 화학 물질만 남게 되는 것을 목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우리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실존적 물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자기가 경험했던 임종(臨終) 경험을 떠올려 봅시다. 타인의 죽음을 목격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면, 영화에서 봤거나 책에서 읽었던 상황을 떠올려 봐도 괜찮습니다. 생명이 육신을 떠나가는 순간, 침대에 누워있던 (조)부모님, 친척 혹은 친구의 모습에 나 자신을 대입해 봅시다. 이 세상을 곧 떠나게 될 당신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누구 얼굴이 떠오르나요. 누가 곁에 있으면 행복할까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죽음을 앞둔 당신 옆에 있을 사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입니다.


2011년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던 제프라는 30대 남성은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엉뚱한 일을 저질렀습니다. 자기 전화번호와 짧은 말 한마디를 적은 종이를 맨해튼 곳곳에 붙여 놓은 것입니다. 그 종이에는 '무엇이라도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전화하세요. 외로운 녀석 제프. (If anyone wants to talk about anything, call me, Jeff, one lonely guy)'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무려 7만 통의 전화가 제프에게 걸려왔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살펴봅니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으로 맺어진 친구 명단을 훑어봅니다. 나와 연결돼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습니다. 정말 외로울 때 나는 이 많은 사람 가운데 누구에게 전화를 걸 수 있을까요. 어쩌면 저도 제프를 찾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카시오포 교수팀의 오랜 연구에 의하면 현대인의 가장 총체적인 사망 요인은 사고나 암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서은국 <행복의 기원> 중에서-

<사랑으로 변한다>라는 책을 쓴 밥 고프는, 생의 마지막 날 곁에 남을 만한 사람은-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8명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당신이 힘들 때 외로울 때 죽음을 맞이할 때 당신 옆에 있어주면 좋을 사람들. 당신의 소중한 8명은 누구입니까?


임종을 맞기에는 나에게 아직 남은 시간이 많다고 생각되지만, 나의 8명은 내가 영원히 아끼고 신경 쓰고 싶은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을 깊이 사랑하고 그들 역시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싶다. 나는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떠올릴 수 없다.
- 에리카 라인


소중한 사람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 그림 설명: 일본의 작은 섬마을, 다케토미지마에 있는 숙소 호시노야의 정원을 종이에 수채물감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일본의 최남단에 있는 섬 이시가키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다케토미지마는 인구 300여 명의 아주 작은 섬입니다. 물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걷는 것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마을 투어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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