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재테크 방황기 : 본업
대학을 졸업할 날이 다가오면서 고민이 생겼다. 그동안 투자, 블로그, 온라인 사업에 매진하며 취업하지 않아도 이미 월급만큼의 수입을 벌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돈을 벌며 프리랜서로 지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취업은 일정 나이가 지나면 어렵다고 하니 먼저 회사에 들어가고 그 다음 프리랜서 or 사업을 해도 되는게 아닐까?
고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대학에서의 마지막 겨울 방학은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온전히 프리랜서로 살아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프리랜서를 하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다.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하는 만큼 들어오는 수입, 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도 제재하는 사람이 없는만큼 더 게을러지기 쉽고, 아프거나 피치 못한 사정이 생겨 일을 안하면 바로 수입이 곤두박질치고, 이번 달은 잘 벌어도 다음 달도 과연 이럴 수 있을지 계속되는 불안감에 잠 못이루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돈 버는 것은 뭐든 힘들고 스트레스가 있구나. 이럴 바에 안정적이기라도 한 직장에 들어가자.
직장 선택의 1순위는 집이 가깝고, 워라밸이 좋은 곳이었다. 당시 한참 N잡러, 근로 외 소득, 파이프라인 등의 붐이 일어나면서 '회사에만 에너지를 쓰는 사람은 바보다. 그건 고급 노예가 되는 길일 뿐, 결국엔 내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그래서 나 역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기보단 지금 하고 있는 부업들을 병행 가능한 적당히 편한 직장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취업해서 일해보니 의외로 회사 생활이 즐거웠다. 어쨌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단지 워라밸로만 끝내기에는 아쉬웠다. 좋든 싫든 회사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면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러면서 가치관에 혼란이 왔다.
성장할 수 있는 바쁜 회사로 이직한다면 병행 중인 N잡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은 여유로운 회사에 다니는 덕분에 남는 시간에 월급만큼의 수입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직해서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면 균형이 깨진다. 에너지도 많이 들어가고, 수입은 더 적어지는데 과연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직장인으로써 월급을 아무리 많이 받는다고 해도 결국 한계가 있는데, 이렇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게 맞나? 지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에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주춤하게 되었다.성장을 원한다면 차라리 내 사업에 쏟는 게 맞지 않을까?
만약 내가 프리랜서 일을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쉬웠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대로 업계탑 회사에 들어가는걸 목표로 하면 되니까. 근데 난 이미 대학생 때부터 직장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선 안되고, 그저 안정적인 월급을 주는 곳일뿐이라는 가치관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회사원과 프리랜서, 어느 쪽이든 장점이 뚜렷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내가 가고 싶던 회사, 원하는 직무에 채용 공고가 떴다. 그동안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공고를 보는 순간 방향이 정해졌다. 되든 안 되든 일단 써보자!
퇴근 후 이직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고, 커리어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서류 전형-1차 면접-영어 면접-최종 면접의 대장정을 거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 소식을 들은 날엔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간다니! 이건 아직은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으라는 계시인가 싶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새로운 회사에는 가지 못하게 되었고 이후 나는 예상과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