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비 Jan 14. 2024

프리랜서 실패기 1.매출 3배 달성, 그리고...

2장. 재테크 방황기 : 사업 

새로운 회사에서는 빠르게 입사하기를 원했다. 애초에 공석으로 인한 수시 채용이었으니 바로 업무에 투입할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최소 1달은 더 있어주길 원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새로운 회사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의 좌절감이란. 그동안 이직 준비하느라 쏟았던 노력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저 지나간 상황을 계속 반추하면서 '내가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후회만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후, 정신 차리고 다음 계획을 탐색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뭔지 생각했다. 플랜 A뿐만 아니라 플랜 B, C까지 최대한 다양한 방향을 생각해 봤다. 



다른 회사에 지원할 수도 있었고 고민했던 대로 회사가 아닌 프리랜서 일에 집중할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회사에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왕 직무 분석하고 면접 준비까지 했으니 취업 준비가 더 수월할 것 같았다. 근데 준비하는 과정마다 왠지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이게 맞나?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건 뭐지?  



사실 답은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 고민했던 두 갈래 길 중 다른 쪽, 회사 외 수입에 집중하는 것을 원했다. 어쩌면 지금 상황은 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어쨌든 회사 생활도 한 번은 해봤으니 이제는 회사 밖에서, 나만의 일을 하면서 살아보고 싶었다.




사업을 확장하고 프리랜서로 살기 위해서는 가까이서 배울 수 있는 롤모델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내 주변에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특정 집단의 사람들하고만 교류했다. 투자에 관심 많은 직장인. 내 블로그를 찾아 주는 주된 집단이었고, 나 역시도 그에 속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업가를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 방법을 찾던 중 온라인으로 모집하는 사업가 독서모임을 알게 되었다. 상당히 인기 있는 모임이어서 지원자도 많았는데, 간절한 마음으로 자기 PR을 한 결과 모임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일단 이 모임에서 내가 제일 초보이고, 제일 아는 게 없었다. 사업 규모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나보다 훨씬 내공이 깊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덕분에 사업의 기본 마인드부터 이미 앞서 나가고 있는 사업가 분들의 시행착오까지 전부 배울 수 있었다. 사업 초기에는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앞으로 사업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사업의 종착점은 어디일지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모임의 마지막 시간, 나는 매출 3배 성장을 밝힘과 동시에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그만두겠다 는 폭탄선언을 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은 0원으로 시작해 연봉만큼의 돈을 벌게 해 준 소중한 첫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모임을 할수록 강해졌다. 




사업을 시작하고 3개월간은 정말 재밌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은 새롭고 설레는 법이다. 특히 이건 내가 바닥부터 올라간 케이스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참고할 만한 사람도, 노하우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개척한 일이었다. '이게 될까?'에서 '이게 되네!'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짜릿했다.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초반 다지기 이후엔 직장과 사업을 병행했다. 



그러면서 점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회사 업무 적응하기도 만만찮은데, 고객 응대도 해야 하고.. 특히 스피드가 곧 돈인 일이어서 항상 압박감을 느꼈다. 업무 시간이 끝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고객 문의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예전엔 문의 메시지가 오면 '또 문의가 왔네 신난다. 잘 상담해 줘서 돈 벌어야지!' 였다면 이제는 '아... 그냥 나한테 주문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일이 너무 버거울 땐 길게 임시 휴가를 내기도 했지만 다시 복귀하는 순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회사를 그만두고 풀타임으로 사업에 전념하면 좀 낫지 않을까? 마침 어쩌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온전히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곧바로 기존 1개였던 서비스도 3개로 늘리고, 자체 홈페이지도 구축했다. 더 잘하고 싶어서 사업가 독서모임도 들어갔다. 마음이 내키지 않을수록 열심히 하다 보면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사업가 독서모임에서 <초생산성> 책을 읽게 되었다. 초생산성에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4가지 영역으로 분류한다. 나는 이 중에서 "무관심 영역"에 사업을 써넣었다. 



무관심 영역은 능숙도는 갖췄지만 열정은 없는 업무들에 해당한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회사에서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열정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별로 마음이 쏠리지 않는 업무들이므로, 하고 있으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쨌든 잘하는 일이기 때문에 타성에 젖어 이 영역의 일을 지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나 내 얘기 같았다. 사실 난 이 일을 꽤나 잘했다. 내가 압박을 받는 것과 별개로 고객들은 나에게 항상 5점 만점 후기를 남겼다. 동일한 업종의 타 회사들과 비교해도 문의량 대비 거래 성사율 & 고객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타성에 젖어 무관심한 일을 지속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회사를 병행해서 힘든 줄 알았는데, 풀타임으로 사업에 전념해도 똑같았다. 결국 나는 그냥 이 일을 좋아하지 않는 거였다. 무자본창업을 시도하고 성공한 게 처음이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에 쉽게 놓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이냐, 직장이냐가 아니라 내가 이 일을 지속하고 싶은가? 였다. 나는 이 일에서 프로가 되고 싶은가? 고민 끝에 내린 답은 No였다.



https://blog.naver.com/banbi13/222704203760

(↑ 사업가 독서모임 자세한 후기가 궁금하다면)



그렇게 나는 사업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아직 블로그가 남아 있었다. 사업과 블로그, 이 둘은 프리랜서인 나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사업 수익이 부진할 때면 블로그가, 블로그 수익이 부진할 때면 사업 수익이 치고 올라오면서 늘 일정한 수입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블로그에서도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된다. 




에 진심이었던 20대가

더 이상 돈을 좇지 않게 된 이야기


[2장. 재테크 방황기 : 사업 - 매출 3배 달성 그리고... fin]

이전 08화 회사만 열심히 다니면 바보인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