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2025.08.25.

by 윤직

정이라는 것이 그렇다.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공기처럼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면 비로소 결핍의 무게를 알게 된다.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겼던 것은, 사라진 뒤에야 손끝으로 더듬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해진다.


무심하게 지나친 기억 속의 작은 장면들이 불쑥 떠오르고, 그때 조금 더 눈을 맞추고 말을 건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잔물결처럼 가슴을 치고 간다.


아무 일도 없는데도 안부가 불현듯 궁금해지고, 혹여 알지 못하는 일에 휘말린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이 마음을 흔든다.

그렇기에 후회는 늘 뒤따른다. 그때의 무심함은 이미 돌이킬 수 없고, 남겨진 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림자 같은 후회의 감촉이다.


정은 실체 없는 듯 투명하지만, 사라진 뒤에는 묵직한 빈자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 공백은 채울 수 없는 흠처럼 남아 오래도록 마음을 두드린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더 이상 무심한 척하지 않고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리라 다짐하게 된다. 그러나 그 다짐은 언제나 사라진 자리를 향해만 맴돌 뿐, 쉽게 펼쳐지지 못한다.


정은 그렇게 한없이 소소하고 무심한 얼굴로 다가오다가, 사라져야만 비로소 그 의미와 무게를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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