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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희 Oct 22. 2023

낭만유도

8

“누나 내일 뭐하세요”


금요일 저녁, 유도를 마치고 집에 오니 규원이에게 카톡이 왔다. 내일이면 토요일인데 왜 물어보지? 설마 지금 나한테 데이트 신청 하는건가? 온갖 망상에 빠져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내일? 등산가기로 했다가 취소했어! 가기 귀찮아서..ㅋㅋ”

“ㅋㅋㅋㅋㅋㅋ 클라이밍 가요~ 등산 안하니깐 클라이밍장 가죠?”



지금 규원이가 데이트 신청 한건가? 7살이나 어린 동생이랑 둘이서 클라이밍을..? 살짝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침착함을 유지하고 답장을 보냈다.


“내일 클라이밍 가자고?? 규원아 너 클라이밍도 해?”

“아뇨 한번도 안해봤는데용”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갑자기 클라이밍?”

“넹! 그냥 갑자기 하고싶어짐요 히힣”


거절을 할 수도 없고, 클라이밍은 운동 목적인데 어떡하지? 고민을 하다가 알겠다는 대답은 미루고 탐색전을 펼쳤다.


“근데 어디로 가게?”

“아마 주승이형이랑 얘기를 해봐야 알지만 아마두 홍대일걸요”


하하.. 역시 그러면 그렇지, 데이트 신청이 아니었다. 나 혼자 괜한 걱정을 했던 것이다. 김은 빠졌지만 단둘이 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도 편했고, 무엇보다 처음으로 주말에 규원이를 보게되는 날이라서 신기하면서도 기대되는 마음으로 클라이밍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토요일 오전에 우리는 일찍이 모여서 클라이밍장에 갔다. 늘 평일 저녁에만 보다가 주말 아침에 만나니 상당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셋이서 열심히 클라이밍을 하다보니 어느덧 오후 2시가 넘어갔다. 주승이는 약속이 있다고 먼저 갔다. 얼떨결에 규원이와 둘이 남게 되었고, 규원이는 클라이밍이 너무 재밌다며 조금 더 하다가 가자고 해서 30분정도 더 하고 클라이밍장을 나왔다.


“규원이 알바가 몇시까지라 그랬지?”

“5시반까지만 가면 돼요!”


규원이는 주말 저녁에 알바를 다녔다. 규원이가 아르바이트에 가기 전까지 1시간 반정도 시간이 남았다. 클라이밍장에서 규원이가 아르바이트 하는 식당까지 그리 멀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미리 가서 근처에서 허기를 조금 채우고 헤어지기로 했다. 클라이밍장이 홍대에 있는 바람에 주말 낮 홍대는 상당히 북적거렸다. 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파도 밀려오듯 쏟아지니, 규원이가 자신 쪽으로 나를 당겨서 내 팔을 감쌌다. 순간 나는 살짝 설레었고, 규원이의 이런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듬직하였다.


규원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당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도착해서 컵라면과 김밥, 핫바, 음료 등을 사서 편의점 테라스에 앉았다. 3월이지만 많이 춥지 않아서 테라스에서 먹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처음으로 규원이와 마주보고 먹는 자리라서 머쓱하기도 하였지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배를 채우고 알바 시간이 가까워져서 편의점에서 빠져나왔다. 헤어질 시간이 되어 인사를 나누려는데, 규원이가 갑자기 폰을 내밀었다.


“저 누나 번호가 없어요~ 번호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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