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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Apr 10. 2021

애정만세

나의  애정하는 생활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만약 남편이 먼저 떠난다면 나는 재혼 생각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참 대단한 사랑이시네요." 할지 모르겠다. 남편과 결혼생활은 11년째다. 그동안 많은 파도를 그와 함께 넘었다. 농담으로 내가 "자기는 조기복이야. 기복이 있어. "라고 말했지만 사실 기복으로 말하면 나같이 기복이 심한 사람도 없다. 남편이 얼마 전에 직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집 앞으로 나를 부른 그의 얼굴은 핼쑥하고 누런빛이었다. 안쓰러움. 짠함. 그를 보면 나는 왠지 눈물이 울렁댈 만큼 짠한 데가 있다.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만의 골방에서 3분 카레와 냉동 돈가스만 튀겨먹다 나를 만난 그였다. 아버지는 상견례에 온 그를 보고, 나와 그를 보고, 마음이 찡했다고 하셨다. 나를 묘하게 닮은 그가 찡하셨던 것 같다. 부부란 묘해서, 멀쩡한 사람 둘이 만나 생채기를 내다가 이별하기도 하고, 모자란 둘이 만나 서로가 그립고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와 남편은 결혼해서 서로에게서 생기를 얻었다. 물론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 말대로 부부란 불쌍한 마음이 있으면 사는 것 같다. 나보다 좀 나이가 많은 동안의 나의 남편은 소심한 사람이다. 직장 갈등으로 얼굴이 파리해질 만큼 쫄아붙어 있는 그를 요즘 보고 있다. 오늘 이마트에서 장을 봤다. 이마트의 카트를 정성스럽게 미는 아이의 얼굴 위로 광고하나 가 떴다. 밀리의 서재 광고였다. "자기야 내 글은 완독이 없더라. 저기 당선되긴 글러먹었어. 내가 유명 작가면 자기도 기댈 곳이 있어 든든할 텐데.." 말로 건네는 아내의 위로가 고마웠던지 작은 미소가 남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남편은 매일 구두를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는 사람이다.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그지만, 매일 무언가를 저토록 반복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지." 매일을 7시 45분에 출근하는 정확함. 그 반복을 집요하게 지키는 근면함... 그런데 묘하게도 회사에서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은 업무를 하는 그에게 어려운 것들을 던져주는 사람들.. 나는 분노하기 시작했다. 왜 세상이 근면한 사람을 이용하냐고..

언젠가 결혼기념일에 회사에 일 때문에 기념일도 못 챙기고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다. 이 사람 일이 너무 많아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냐고 징징대는 나에게 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열녀 났네. 열녀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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