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민화 학회에서 송년회를 했다. 호텔에서 좋은 음식과 즐거운 만남 후 한껏 기분이 좋았다. 짧은 시간 동안 친해진 민화작가님과 내가 다녔던 학교 전시를 보러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작가 선생님은 몸이 좋지 않으셨고, 그날따라 바람이 몹시 불었다. 보기로 했던 전시라 혼자 가보기로 했다. 중간에 강남역에 내려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좀 느끼고 점심도 해결했다. 학교는 생각보다 더 썰렁했다.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도 나 하나뿐이었는데, 음성 확인을 했음에도 미접종자라 직원은 염려가 되었는지 나와있었다. 미리 전화를 주기도 했지만 혼자 온 건지 일행이 있는지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브런치 작가이고 졸업생이란 말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강풍이 더 심하게 불고 있었다. 그냥 갈까 하다 우리과 교수님 방에 가보았다. 교수님은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고 물으셨다. 교수님은 좋은 글 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민화를 그려볼까 싶다는 말에는 "갑자기 그림이니? 쓰던 글 써라." 하시곤 졸업생 중에 글 쓰는 사람이 없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졸업생들의 근황도 궁금했으나, 교수님과 연을 이어가는 동기들은 없어 보였다. 교수님은 에세이식의 말랑한 글은 쓰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꼭 평론글이 아니라도, 많이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말, 말랑한 글은 왜 안되나요? 평론을 배우면 평론글만 써야하나요? 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하지 않았다. 쓸쓸한 9 강의동을 빠져나오면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빈자리를 느꼈다. 나는 학생일 수도 없고, 사회인일 수도 없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날따라 바람은 왜 그리 부는지... 내 자린 학교에도 사회에도 없다. 알고 있었는데,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학교에는 지나다니는 학생들 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자 딸아이의 전화가 울린다. 마음이 다시 따듯해진다. 허전해진 마음을 소소한 물건 사기로 때워본다. 연말이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도 신나게 울려 퍼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