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은 Mar 15. 2022

분리불안 - 엄마가 미안해

쓰고, 그리고, 키우며 삽니다.

남편이 코로나 자가 키트 2줄이 떴다. 창백해진 얼굴로 들어왔다. 말로만 듣던 코로나라 나도 무척 당황했다. 자가 키트 양성인데, 남편에 일터에서는 PCR을 요구했다. 진료소를 방문하려고 아이를 혼자 두고 황급히 나왔다. 시간이 꽤 걸려 3시간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에게 설명을 충분히 했어야 하는데, 아이를 혼자 두고도 괜찮을 줄 알았다. 남편과 둘이 식사하고 카페를 가기도 하는데, 아이는 쿨하게 갔다 오라 하곤 했으니까... 그런데, 아이 마음은 좀 놀란 듯싶었다. 갑자기 구역감을 느끼고, 앓아누웠다. 아이에게 속마음을 들어보니, 엄마가 어릴 때 화도 많이 내고해서 본인이 엄마의 신하 노릇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한 번도 딸아이를 내 부하직원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 이외에 내가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을 유독 싫어했다. 특히 식욕이 좋은 나는 밥 먹을 때 열심히 먹는다. 그러면, 애가 자꾸 톡톡 끼어들었다. 어려서 그런가 보다. 기다려 주었는데, 버릇이 나아지질 않았다. 애아빠랑 이야기를 집중해서 할라치면 자꾸 끼어들었다. 성미 급한 나는 잘 참다가 욱하기 일쑤였다. 그런 것이 아이에게는 자신이 내 부하직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 것이다. 그러면서 집에 격리 중에 있는데, 아이가 껌처럼 달라붙었다. 잠깐만 안 보여도 구역감을 호소했다. 나름대로 건강하게 키운다고 집에서 일도 안 하고 키웠는데, 이것밖에 못 키웠나 자괴감이 잠시 들었지만, 내가 조심해야 할 것을 적어두었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더라도 아이 앞에서 의연하기, 그리고 약속한 건 웬만하면 지키기, 약속을 못 지킬 때는 왜 그런지 자세히 설명해 주기. 이 세 가지를 메모장에 적어 냉장고에 붙여놓았다. 아이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난 엄마니까.

아이가 집에서 쉬면서, 수채화 물감을 사고 싶어 했다. 물감은 번개에서 중고로 사고(중고라고 해도 거의 새것에 가까웠다.) 붓은 쿠팡에서 샀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데, 자신의 머리를 언제 감겨 주냐고 조른다. 미용실 놀이를 하면서 의자를 대주고 감겼더니,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아직도 애처럼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에 방에 <신마도>를 그려서 걸어놨다. 신령스러운 힘을 가진 신마는 옛날 황하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나쁜 것을 박차고 나가는 벽사의 기운을 받아보고 싶다. 모두들 코로나에 무탈하기를!

이전 12화 밤 산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