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은 Aug 21. 2023

쓰고, 그리고, 키우며 삽니다.

아이야, 엄마는 이런 사람이란다.

어제, 아이와 정성스럽게 수채화를 그렸다. 외동인 아이는 요즘 부쩍 심심함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아이와 놀아주다, 지쳐서 짜증도 몇 번 냈다. 더운 날에 미역처럼 착착 달라붙은 아이에게 참다 참다, 얼마 전에

또 화를 내고야 말았다. 젠장.. 또.. 또.. 아이에게 화내고 나면, 나는 여지없이,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만다.

정말, 아이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 어느 부모가 그렇지 않겠는가?


어제는 이상하게 아이와 오랜 시간을 놀아도 괜찮았다. 둘이 앉아, 장미를 정성스럽게 그려보았다. 내 그림은

정밀묘사를 배워서 그런지, 그냥 평범한 장미그림이었고, 아이는 장미를 조금 디자인화해서 그린 것이 제법 괜찮았다. 어제의 기운을 받아 오늘도 순조롭겠지.. 하는 마음에 기분이 상쾌했다. 그런데, 하교를 하는 전화에 아이는 힘이 없었다. "엄마, 속이 안 좋아. 오랜만에 6교시를 했더니, 힘든지...." 아이는 종종 두통과 체기를 호소했다. 그럴 때면, 은근히 걱정도 되고, " 무슨 수업하나 듣는데, 참 여러 가지 한다."라는 생각이 어김없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들어와서 아이는 , 반에서 아이를 계속해서 때리는 남자애가 오늘도 자신을 때리자, 옆반 선생님이 그 아이를 째려봐 주셨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행히, 그 아이가 행동을 멈춰서 자신은 좋았다고 한다. 그 남자아이는 우리 아이와 3번씩이나 짝이 됐는데, 자꾸 아이를 때려 내가 많이 속이 상했다. 더구나, 아이가 자기 친구는 안 때리고, 자신만 때린다며, 은근히 자기가 왜 맞는지? 골몰하는 것이 아닌가? "그 아이가 이상한 거야! 네가 맞는 이유를 찾을 필요 없어. 엄마가 그 아이 마주치면 혼내줄까?" 그러면 그 아이가 엄마에 대해 아이들한테 말해서, 아이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할 거라 이야기하는 아이. 여러 가지 대화를 하다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딸아, 엄마가 널 보면, 어린 시절 나로 돌아가. 내가 겪었던 일들도 떠오르고, 엄마가 만약에 이 동네에서 다른 동네를 길을 걸어갔다고 치자. 엄마는 그 길을 갈 때, 우물물에 빠지기도 하고, 똥밭도 밟았어. 근데, 네가 곧 그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면, 딸아, 그쪽은 돌아가야 해!라고 말하지 않겠니?" 아이는 의외로 "그 길을 걷는 건 재밌을 것 같은데?"라고 이야기했다.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하는데, 나는 말이 많다. 그래서, 나는 또 자기 합리화를 했다. " 내가 너에게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하는 것이 네가 못마땅해서가 아니라,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아서 그래. 엄마가 다 겪은 일이라.. 그리고, 엄마가 너에게 종종 화를 내는 건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엄마는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래. 지금은 네가 뭘 잘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거야. 어느 순간, 엄마가 그냥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보이면, 너는 그땐 어른이 된 거야." 그럴듯한 말로 아이에게 나 자신을 포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말 나는 내가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란 걸 아이를 키우며, 인정하게 되었다. 심지어, 아이에게 엄마가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란 걸 이해시키려는 기가 막힌 행동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런 말도 했다. "엄마가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란다."


이전 14화 휴일, 테마파크, 아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