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엔 작지만 강력한 위협이 존재한다. 그 존재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에는 손님을 위협할 수 없고, 퍼레이드를 가만히 보고 있는 손님을 손쉽게 위협한다. 바로 말벌이다. 만약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그 속도를 따라가며 자신의 침을 정확히 팔에다 명중한다면... 그건 물리고 나서도 엄지를 척하고 올리며 말벌을 인정해야 할 테다. 보통은 손님의 움직임이 덜할수록 독침을 쏘기 쉬울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손님보다 그렇지 않은 손님, 그러니까 느리게 이동하거나 가만히 있는 손님이 훨씬 많은 건 당연지사. 그렇기에, 안전청결 캐스트는 말벌을 잡아야 한다. 말벌을 잡아야 손님이 안전하다. 그렇다. 안전청결 캐스트는 말벌까지 잡는다. 사실 잡는다고 표현은 했지만, 산채로 잡는 건 아니다. 잡을 수도 없다. 아무리 '안전'을 책임지는 캐스트라지만 말벌을 잡을 정도의 능력도 없고 그 정도의 복장도 없다. 롯데월드에 있는 말벌을 소탕할 능력이 있었다면 양봉장에 취직했겠지.
말벌포획기를 설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벌집처럼 생긴 포획기 안에 말벌 유인액을 넣고, 롯데월드에 늠름히 자란 나무 또는 구조물에 말벌포획기를 설치하여, 말벌이 그 안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말벌유인액 냄새는 정말 독하다. 대가족이 포도를 다섯 송이는 먹고 껍질을 버리는 걸 깜박하고 3년이 지나서야 열어볼 때 나는 냄새 정도일까. 맡아보면 대체 얘들이 왜... 여기에 유혹당하는 걸까...? 싶다. 인간을 공격하는 말벌을 인간이 이해하긴 어렵겠지. 말벌 녀석들도 인간이 왜 돈에 유혹당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말벌포획기를 설치하고 있는 안전청결 캐스트
아무튼, 포획기에 유인액까지 넣었으면, 흘러나오지 않게 나무에 매다는 것이 중요하다. 유인액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 보다 많은 말벌을 유혹할 수 있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아직 말벌을 잡은 것도 아니고, 말벌을 잡기 위한 덫을 설치한 거니까.
문제는, 몇 달 뒤 말벌포획기를 수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벌포획기는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이다. 즉, 유혹당해서 죽음을 맞이한 말벌의 수많은 사체가 끈적한 말벌유인액이 뒤섞인 '말벌 파이'를 제거한 다음, 다시 말벌이 설치는 시기에 깨끗해진 포획기를 다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끔찍한 사태는, 포획기 안의 말벌 사체를 청소할 때 일어난다. 고무장갑을 끼고 으으으... 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체를 닦아내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으으으... 하던 사람이 으아악!!! 하고 경기를 일으키며 넘어진다. 말벌 포획기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의 사체가 쌓인 지옥에서 말벌이 쏜살같이 빠져나간다.포획기에서 도망간 말벌은 이제 산 채로 잡는 수밖에 없다. 강제로 말벌을 잡는 능력이 생긴다. 보통 캐스트가 쏘일 수도 있기에 알아서 날아가게끔 내버려 두지만, 말벌 잡는 걸 좋아하는 캐스트라면 너 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말벌에게 덤벼든다. 보통은 빗자루로 기절시키거나, 말벌 쪽이 도망가서 캐스트가 판정 승을 거둔다. 말벌을 잡았다면 완벽한 승리다. 말벌을 잡았기에 손님이 쏘일 일도 없으니까.
포획기를 수거해서 말벌 사체를 청소하다가, 살아서 빠져나가는 말벌까지 잡기엔 안전청결 캐스트의 코스튬이 너무나도 얇다. 안전청결 캐스트는 말벌을 잡을 수 없는 옷차림으로 말벌포획기까지 쓰며 손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실 말벌을 잡는 건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전문 업체가 말벌을 깔끔하게 제거해서 안전해진 롯데월드를 즐길 권리가 손님에게 있는데,롯데월드 측에서는 예산 문제가 있었는지, 인력을 무리한 범위까지 사용하여 손님의 안전을 어설픈 정도로만 지킨 것이다. 캐스트 또한 말벌에 쏘일 위협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만약 도망간 말벌에게 쏘인 손님이 있다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안전청결 캐스트가 말벌을 잡은 주체였고, 그 위협적인 존재를 통제하지 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