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터미널에 금발 머리 외국인 아이 두 명이 신이 나서 뛰어놀고 있다. 두 아이는 어떻게 이리 혼잡한 터미널까지 와서 놀게 되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두 아이가 뛰노는 에너지는 너무 세서 부모님과 함께 왔을 거라는 간단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외국인 아이가 사상터미널에서 신나서 놀고 있다'는 상황 덕에 시선을 놓을 수가 없다.
"Amy, Don't touch that. Come here."
(에이미, 그거 만지지 말고 일로 와.)
한참 방방 아니 팡팡 뛰노는 아이들을 부모님께서 가만히 터미널에 가도록 놔둘 리가 없었다. 엄마의 두 세 마디 정도로 말을 들을 리 없다. 엄마에게 가는 척하더니 또 반짝이는 인형 뽑기 기계로 가서 버튼보다 작은 손으로 버튼을 투닥투닥 때리고 있다. 보다 못한 부모님.
"STOP."
(그만하라고 했지.)
아이들을 관리하느라 힘든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난 그냥 재밌었다. 한국 아이들끼리 신나서 놀고 있는 모습을 봐도 시선이 가는데, 외국인 아이들끼리 영어로 대화하며 놀고 있는데 어떻게 시선이 안 가겠는가. 외국 어린이를 자주 접하지 못해서 그렇기도 하고, 어린이를 제대로 대해 본 적이 없어서 외국 어린이를 대하는 건 더욱 막막하다. 영어로 어떻게 다정하게 어린이를 대하지...? 싶은 걱정이랄까. 하지만 내 아이가 아닌 어린아이가 노는 모습은 즐겁게 감상만 하면 된다.
외국인 어린이 자매의 에너지는 해외여행을 오지 않았더라도 유지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어린이니까. 또래 아이의 얼굴만 봐도 까르르 웃을 때니까. 해외여행을 가야만 어린이처럼 만사에 신날 수 있는 내 모습을, 집 근처 산책을 해도 즐거워할 어린이의 모습과 견주어 보았다. 어린이가 부러웠다. 힘은 들겠지만, 자녀를 교육하며 어린이의 밝음을 곁에서 느낄 수 있는 부모님도 부러웠다.
어떤 물건을 보고 호기심이 가더라도 "에이 뭐 별 거 없겠지. 만져 봐서 뭐 하나" 하고 포기해 버리는 태도 때문일까. 한 번쯤은 길 가다 신기한 물건을 발견하면 이것저것 만져 보며 마음껏 신기해해보고 싶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안쓰럽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동심이 남아 있는 모습에 부러움을 느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