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육일칠 Apr 11. 2024

버스 안 불륜 의심 남녀를 향해 경고하다

버스 안 두 남녀 입에서 본인의 집사람이 어떻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배가 최소 50살 이상은 되어 보이는 남녀가 연애 초반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야기를 잘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황 상... 불륜이 강하게 의심된다.

 

사실 그들의 존재를 눈치챌 생각은 없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몸이 고단해서 눈을 붙이고 잠에 겨우 드려는 찰나에 옆이 갑자기 시끄러웠다. 불쾌한 기분으로 깨니 남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화는 계속되었다. 심지어 그 대화는 불륜을 의심할법한 대화. 정말 불륜이라면 시외버스에서 대화하는 것에 화낼 게 아니었다.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았다. 빨리 저들의 입을 멈추고 싶었다. 문득 버스 가장 앞자리 간판에 적힌 문구가 보인다.

"버스 내에선 통화나 대화를 자제해 주세요."


그래. 너희 남녀는 대화를 진짜 자제해야겠다. 한 마디 했을 때 "왜 그래야 하는데요?" 한다면 저 문구를 가리키며 눈을 똑바로 쳐다볼 것이다. 그래도 저항한다면 "당신이 옳습니다" 하고 이어폰이나 귀에 꽂을 것이다. 남녀 바로 앞 어르신께서도 시끄러우셨는지 뒤를 계속 돌아보셨다.


한 마디 쏘아붙이기 위해 옆을 봤다. 서서히 고개를 돌리다가, 당신들에게 한 마디 할 거라는 듯이 1초간 시선을 멈춘다. 깍지. 50대 남녀가 깍지를 끼고 있다. 아주 손가락 사이사이로 빈틈없이 손가락이 들어차 있다. 불륜 의심이 확신에 가까워지는 순간. 어처구니없는 감정을 누르고 말한다.


"대화 자제해 주세요."

"아 네~"


불륜 의심에 버스에서 떠드는 사람치곤 지적을 바로 수긍했다.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도 않았다. 말은 통하는 사람이구나... 근데 불륜을 한다고? 아니면 잘못 짚은 건가? 예의 바른 사람도 불륜이 가능한 걸까? 불륜이 사실인지도 알 방법이 없었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태. 물증이 확실한 상태라고 해도 뭘 어쩌겠는가. 생판 모르는 남이 그들의 인생사에 껴들 수가 있겠는가. 남녀 각자의 진짜 연인을 안타까워만 하곤 그칠 수밖에.


남녀에게 대화를 자제해 달라고 손쉽게 이야기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난 조용해야 하는 버스 안에서 떠드는 사람이 생기면 한숨만 푹 쉬고 이어폰을 끼는 사람인데 말이다. 불륜 단속이라는 좋은 핑계 덕분이었나?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당신은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을까? 모르는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는 건 달갑지는 않다. 그 남녀에게 한 마디 하고 난 후에 잠을 편하게 자지 못한 걸 보면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