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발에 휴대폰을 떨어뜨린 어린이를 보고 든 생각
지하철에 앉아 계시던 어르신의 발을 떨어진 휴대폰이 강타한다. 한 손으로만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던 어린이의 손이 미끄러진 모양. 당황한 어린이가 급하게 휴대폰을 줍는다.
근데 그냥 줍기만 했다.
잠깐만. 사과를 안 드린다고? 그 딱딱한 휴대폰을 맨발에 떨어뜨려 놓고? 어르신의 표정은 발을 맞는 순간 고통을 느끼고 찌푸려졌는데, 다시 태연하게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닌가. 어르신께선 사과 없이 천연덕스럽게 다시 영상을 보는 어린이를 보시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다.
어르신께서 어린이를 노려보는 동안, 어린이의 팔에 난 굵고 진한 털이 눈에 밟혔다. 키가 150cm 정도 되는, 팔에 털까지 난 어린이가, 앉아 있는 사람의 발 근처에 휴대폰을 떨어뜨려 놓고 죄송하단 말은 못 할망정 눈치조차 보지 않다니. 어린이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다.
"어르신께 사과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하기엔 각자의 몫이 있는 법. 내 기준에 어긋나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생사가 달린 일이 아니라면 관여하기 힘들다. 어르신의 굳은 표정과 어린이의 태평한 표정이 대비될 때마다, 어린이에게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오지랖이기에 꾹꾹 참았다.
상황이 찝찝하게 일단락될 때쯤, 그 어린이에게 피해를 받은 어르신이 아닌 다른 성인 분께서 말을 걸었다.
"OO아, 우리 여기서 내려야 돼."
그 순간 떠오르는 여러 의문들.
그 성인 분이 어린이가 휴대폰을 떨어뜨리는 순간을 포착했을까? 포착하지 못했다면, 왜 포착하지 못했을까? 왜 어른과 아이가 지하철에서 떨어져서 가고 있었을까? 어른이 순간을 포착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어르신께 사과드려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할 힘도 없지 않을까? 만약 내가 발에 어린이의 휴대폰이 떨어져서 고통을 느끼는 어르신이었다면, 어린이에게 훈계해주지 않는 사람을 원망했을까?
원망하진 않았을 것이다. 옆에서 훈계해 줄 사람을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어린이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게 낫다. "휴대폰을 발에 떨어뜨리셔서 많이 아프네요."라고. 어린이가 휴대폰에 집중하느라 주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는데,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하면 본인의 행동이 잘못임을 인지시킬 수 있다. 발이 아프다고 말을 했는데도 휴대폰만 멀뚱멀뚱 쳐다본다면... 그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어르신께서 어린이에게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이유는, 아프긴 하지만 정신적인 피해만 미약하게 줬기 때문일 것이다. 어르신께서 물질적인 피해를 받았다면 어떻게 행동하셨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