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꼰대 배우기

'다름'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by 사육일칠

이어폰을 끼고 생활관을 돌아다니는 신병. 만약 당신이 이 신병의 선임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어디 신병이 감히 그런 짓을 하냐'며 제재할 것인가? 아니면 '노래 좀 들을 수도 있지'하며 내버려 둘 것인가?


일단 나의 맞선임은 전자를 택했다. 나의 동기가 이어폰을 끼고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어폰을 빼라고 말했다. 물론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러고는, 고민 가득한 낯빛이 되더니 이렇게 혼잣말했다.


"내가 이걸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이 혼잣말 덕에, 꼰대란 어떤 것인지 군대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후임이 많아지며, 그때 맞선임의 혼잣말을 속으로 생각할 때가 많았다. 동시에 왜 그런 혼잣말을 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상병이 될 때쯤, 이어폰을 끼고 돌아다니는 신병을 발견한다. 절호의 기회다. '내가 신병이었을 때 나의 맞선임'과 '지금의 나'는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일단 이어폰을 빼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맞선임의 혼잣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모조리 파악할 기세로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혼잣말의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그 상황에서 맞선임의 입장이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지 생각해 보았다. 사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하고 말겠지만, 그 고민 또한 '내가 이걸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가 될 것이다. 후임에게 하지 말라고 하더라도, 그 후임은 겉으로는 지시를 받아들이겠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할 테다.


'왜 이런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는 거지?'


후임의 속마음을 알게 된다면 선임은 이런 생각을 하겠지.


'내가 저 후임의 위치였을 땐 저렇게 못했는데. 저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기는 갈등을 선임과 후임 중 누가 줄일 수 있을까?바로 선임이다. 후임은 선임 시절을 겪지 못했지만 선임은 후임 시절을 겪었다. 선임은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1.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후임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후임의 행동에 간섭하기


2. 후임 시절을 겪었기에 후임의 행동을 이해하기


선임은 두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번을 택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1번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어폰을 끼고 돌아다니는 신병을 봤을 때, 내가 신병이었을 때 동기를 제재한 맞선임이 떠올라서 나 또한 1번을 택할 뻔 했다.


그리고 나는 핵심을 놓치고 있음을 알았다. 지금 보고 있는 신병의 맞선임과 내 맞선임은 다른 사람이라는 것. 다른 사람이기에 가치관이 다르고, 후임에게 가르치는 내용 또한 다르다는 것. 꼰대란, 이런 '다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경험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다름'을 항상 생각하기는 쉽지 않기에, 언제든지 꼰대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니 무서워졌다.


곧 꼰대가 쉽게 될 수 있는 상황에 부딪힐 예정이다. 전역을 하면 대학에 다시 들어가 미필 남학생을 만나게 된다. 군대에서는 당장 맞후임만 봐도 전역이 왜 이리 늦냐고 놀리는데, 군대를 들어가지도 않은 남학생을 만나면 무슨 생각이 들까. 서로 대화하다가 군대 안 간 사람을 위한 조언이랍시고 괜한 소리를 떠벌릴까 겁난다.

그래서 나름의 규칙을 세웠다. 미필 남학생이 군대 관련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절대 먼저 군대 이야기 꺼내지 않기. 먼저 군대 이야기를 꺼내더라도 최대한 간단히 대답하기.


앞으로도 꼰대가 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려 한다. 미필 남학생을 향한 규칙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첫 번째 대책이다. 무사히 수행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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