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꼭 있어야만 하나요?

What is your dream?

by 윤노엘

고등학교 2학년 윤리 시간이었다.

점심시간 이후의 윤리 시간은 나른함의 대명사가 되고도 남았다.

칸트도 소크라테스도 18살의 머리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아셨는지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꿈에 대한 자유 발표시간을 준비하셨나 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8살의 꿈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으셨던가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몇 명의 친구들은 이미 꿈속 여행에 머리를 끄덕일 뿐.


“오늘이 9일이니깐. 39번 일어나서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고 나와서 발표해 보자.”


낯익은 그 번호는 내 번호였다.

옆에서는 자신들이 불리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겠지만 그것도 모르고 얼떨결에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나도 그리고 질문의 내용도 이해 못하고 일어서 있는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도 같지 않았을까? 선생님께서는 호흡을 한번 가다듬으시며 친절하게도 질문을 한 번 더 정확히 말해주셨다.


“10년 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을 것 같은지 그 모습을 상상하고 이야기해볼까?”


그랬다. 내가 단 한 번이라도 내 10년 뒤의 모습을 걱정해본 적이 있거나 궁금해해 본 적이 있다면 쉽게 대답을 하고 칭찬을 기대했겠지.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10년 뒤의 내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었던 것을…….

그리고 당장에 생각하기에도 잠에서 깬 나는 머릿속이 백지장이었다. 나를 당황하게 만드신 선생님을 원망의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내뱉었던 나의 말은…….


“ 제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그때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은 제 모습이 그려지질 않습니다.”


더한 것도 뺀 것도 없는 나의 진심 그대로의 답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 이후로 우리 교실은 선생님의 화난 목소리로 쥐 죽은 듯 머리를 숙이고 혼이 나야만 했다.

이해가 잘 되질 않았다.

18살에는 반드시 꿈이 있어야 하나?

왜 지금 꿈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혼이 나야 하는 거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꾸는 꿈은 왜 안 되는 걸까?

공부 열심히 해서 나오는 성적대로 맞춰서 대학만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수업이 종료가 되고 부끄럽고 창피해서 풀 죽어있는 나를 보며 친구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성적이 중요하지 꿈이 중요하냐?"

"나도 꿈이 없는 건 마찬가진데, 네가 대표로 혼이 난 거니 잊어버려라."

"선생님이 시집을 못 가서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것 같았어. 네가 당한 거야."

친구들의 위로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래,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이상한 것이다.


지금 구체적인 꿈이 없다고 나를 바보 취급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이제부터 윤리 시간에 열심히 안 할 거야.

원래 열심히 안 했으면서도 이런 다짐을 하며 소심한 복수를 계획했다.

그 이후로도 꿈은 나와는 먼 이야기였다. 눈앞에 대입시험이 더 중요했다.



대입시험을 치렀다. 국영수를 잘 봐야 하는데 나는 주요 과목은 비켜서 윤리를 만점 받았다.

뭐지? 나에게 윤리에 소질이 있었나?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는 말처럼 나는 윤리 시간에 귀를 닫고도 만점을 받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내 계획대로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지원을 했고 아무 문제없이 대학에 입학을 하였다.

늘 해오던 공부가 전공으로 바뀌었고 뛰어난 장학생은 아니었지만 평균 이상의 성적을 유지했고 놀기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이 하면서 20대를 매우 즐겁게 몰려다니면 지냈다.

누구나 생각하는 대학의 여유로움은 원 없이 즐겼다 자부하면서…….

지금의 나이를 살아 보고 나니 참 철없던 10대 그리고 20대의 모습이었구나 싶다.


내가 살아온 그 시절에는 그냥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남들 하는 것 따라 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도 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것인지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명확한 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종종 본다. 그 모습이 멋져 보이고 부러워졌다.

저들의 모습처럼 나도 저 나이 때 야무진 꿈 하나 있었다면 얼마나 역동적인 멋진 삶을 살아냈을까?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학교 , 집, 대학이 전부였던 그 생각들이 참 바보 같았다는 것을 세상을 한참을 살아낸 이후에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명확한 꿈을 안고 살지는 못한다.

나도 그랬으니깐.

하지만 우리 자녀들에게는 더 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부모님들은 먹고살고 양육하기에 바빠서 자녀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볼 시간도 없이 그렇게 바쁘게만 사셨다면 요즘의 부모님들은 너무나 많이 배우시고 세상을 높은 데서 내려다 분수도 있고 깨어있는 분들이 많으시다.

나도 내 자녀를 낳고부터 꿈이 없고 하루하루 그저 그렇게 살아만 왔던 내 삶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 참모습과 이루고 싶은 꿈을 처음 갖게 되었다. 자녀들의 꿈 찾기는 엄마들의 꿈 찾기가 되기도 한다. 자녀의 영어지도를 잘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영어공부로 어학원 원장님이 되신 분도 있고 자녀의 독서지도를 돕기 위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가 논술지도사가 되신 어머님도 있다.

나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다 영재교육에 심취해서 영재교육원을 개원하게 되었다.

더 깊이 고민하면 가보고 싶은 길이 보인다. 아이의 성장을 돕다가 내가 그 길에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부모님들을 상담하다 보면 전공과 다른 길을 걷는 분들을 너무 많이 만나게 된다.

모두가 내 모습이다. 어떻게든 대학을 갔지만 사회에서는 전혀 다른 일들에 도전하고 또 다른 꿈과 목표를 이루면서 사신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시간적으로 명확한 꿈이 있었다면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녀의 성장을 도우며 선택한 그 길들이 다 한 번도 머릿속에서 생각나지 않았던 길들이었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

꿈.

What is your dream?

네 꿈은 뭐니?라고 물어 왔을 때 속 시원하게 간결하게 명확하게 답해줄 수 있도록 삶을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누가 물어오지도 않는다.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18살 그 시절 윤리 선생님이 한 번만 더 똑같은 질문을 나에게 던져주신다면 이제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너는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니?”

“저는요,

20년 교육경력을 바탕으로 글도 쓰고 강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 바른 길을 알려줄수있는 코칭전문가가 되어있을꺼에요. 교육심리 상담, 컨설팅도 해주면서 영향력 있는 그리고 매일같이 성장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사랑스러운 손자들을 만나는 우아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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