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할 일에 최선을 다 할 것
아들이 저녁 식사시간에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한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이산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우리 가족은 이산가족인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했어?”
“봐봐. 아빠는 대구에 계시고 형아는 김천에 있고 엄마와 나는 창원에 있고…….
우리 가족이 이산가족이지 뭐. 현대판 이산가족. “
아들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아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구나. 우리 가족이 현대판 이산가족이 맞는구나.
60년대, 70년대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하고 거기에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하는 일들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 같아.
우리 가족도 각자의 미션들이 다 다르지.
아빠는 아빠의 일이 있어서 그곳에서 열심히 일을 하시고 형은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떠나 공부를 하는 것이고 엄마는 이곳에서 엄마의 일을 또 열심히 해야 만하고 너도 지금의 위치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잖니.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들에 최선을 다하는 거야.
꼭 같은 집에서 살아야만 가족의 모습은 아닌 거지. “
그랬다.
우리 가족이 완전체로 함께 살았던 기간은 다른 평범한 가정에 비해서 무척이나 짧았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생각이 다들 애틋하다. 서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우리 가족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한 집에 살았지만 일을 선택해서 내가 창원으로 내려오고는 오랜 시간 주말부부였다.
혹시 아빠의 빈자리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면 어쩌나 많은 걱정을 했지만 남편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집에 와서 금, 토, 일 3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주었다.
아이들이 진로를 찾아 길이 나누어지면서 큰 아들은 고등학교 시절 김천고등학교로 가게 되었다.
내 곁에 두고 늘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지만 더 큰 꿈을 위해 과감히 새로운 환경을 선택하고 떠나보내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그 새로운 환경은 아들을 성장시켰고 또한 내가 채워주지 못하는 꿈의 크기와 방향성을 가르쳐주었다.
지금은 이산가족이라고 말하던 둘째 아들은 현재 캐나다에 있다.
성향이 큰 아이와도 다르고 매우 느긋하고 느린 성격 탓에 한국의 교육환경 안에서 더 이상 성장하기가 힘이 들겠다는 결론에서 스스로 결정한 부분이었다.
천천히 느리게 성장하고 싶어 하는 것이 눈에 보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길을 선택하고 보니
이제는 정말 아들이 말한 진정한 현대판 이산가족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너무나 행복한 가족이다.
서로 만나면 너무나 좋고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들에 응원하고 격려하며 사랑을 나눈다.
늘 끼고 있고 싶고 늘 함께 하고 싶은 가족이지만 각자의 해야 할 역할들이 다름을 알고 인정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해야 할 일이 다르고 각자가 이루어나가야 할 꿈이 다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다움을 만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군군 신신 부부 자자 ( 君君 臣臣 父父 子子 )라는 글귀가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심플한 이 구절이 너무 좋은 것은 우리 각자는 각자의 자리가 있고 각자의 일이 있고 각자의 소임이 분명 있다. 그것을 잊지 않고 지키려고 노력할 때 나라도 평화롭고 가정도 평화롭고 삶은 가치 있다 생각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소임을 충실히 하지 못할 때 우리는 서로를 탓하게 되고 불협화음들에 힘들어한다. 대통령의 탄핵이나 정치적인 다툼들도 그러하지만 가정도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자녀들은 힘들어한다. 또한 자녀들이 자신의 본분인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 갈등이 생긴다.
우리의 자녀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걷는다.
하물며 태어난 모습도 너무나 닮아있는데 매일 같이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생활을 하다 보면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퇴근한 아버지는 너무도 힘들었던 하루를 TV 채널을 바꾸는데 집중을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문을 닫고도 불만이 생기면 딴짓을 하게 된다.
늘 가사에 시달린 엄마는 미용실에 서보는 월간 여성지 이외에는 책한 줄 읽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는 책 많이 읽으라고 하루에 몇 권 읽었는지 아이들을 체크한다.
자녀들은 처음에는 책을 보다가도 결국은 책을 멀리하는 성격이 되기도 한다.
부모는 집안에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
업무 때문이기도 하고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녀들도 그렇게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기 싫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아이들의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고 또 그것을 절제하도록 강요한다.
우리 부모는 자녀들의 거울이다.
우리가 열심히 사는 것과 함께 작은 것에 변화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자녀들도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작은 걸음으로라도 변화하려 노력한다. 그 작은 노력의 발자국들이 모여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있어야만 자녀도 노력하는 자녀가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부모가 부모답게 잘 산다는 것…….
더 많이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어렵고 힘든 일을 이해하고 노력하며 자녀들과 함께할 때 자녀는 스스로 알게 된다.
자녀가 자녀답게 사는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일부러 가르치고 끌고가지 않아도 스스로 젖어들고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부모답게 자녀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일 년을 열심히 잘 살아온 현대판 이산가족인 우리 가족은 12월 연말에 다 함께 모인다.
송년회 겸 신년회를 겸해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 아빠는 와인 한 잔, 아이들은 치킨 하나면 풍성한 상차림이다.
올 한 해 잘 살아온 다른 가족들도 칭찬하고 스스로도 격려한다.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한 해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잘 살고 또 기분 좋게 만나자고 의지를 다진다.
그리고 새해 준비를 위해 또 우리는 그렇게 흩어진다.
이산가족의 모습으로…….
하지만 외롭지 않다.
가족은 살 맞대고 살며 으르렁대고 서로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몸은 각자의 위치에 있지만 진심으로 마음 깊이 사랑하고 응원하며 지구 끝까지 서로의 편이 되어 응원해주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잘 잡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탓하기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되어야 한다.
각자의 위치에서 힘낼 수 있도록.
부모는 부모답게
자녀는 자녀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