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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노엘 Aug 02. 2020

결혼예찬

내가 그린 그림대로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 

20대 후반 

가장 행복했던 마지막 싱글라이프를 즐기던 때가 있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모이기만 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졌던 가장 예뻤던 나이, 결혼 적령기의 친구들은 건강한 가정의 주인이 될 준비를 하며 남자 친구 이야기, 결혼 준비 이야기들을 호기심 있게 주고받던 나이였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모이기 편한 정해진 장소가 있었다. 지금은 주차가 편한 카페를 정해서 만나지만 90년대 초반 우리들은 백화점 앞이나 서점에서 친구들을 기다렸고 모두가 모이면 다 함께 장소를 정하고 이동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핸드폰도 없고 삐삐조차 보편화되기 전 세대이다 보니 -참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약속했던 시간, 장소를 기억 못 하면 아주 큰일이 났던 시절이었다. 늦더라도 끝까지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다 보면 늦더라도 나타나는 친구는 고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한두 시간도 기다려 줄 때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야만 했었다.

지금이야 늦게 가거나 약속이 변경되면 바로바로 전화를 해서 시간과 장소를 변경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가. 그 시절 우리들은 친구가 늦게 오더라도  끝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만남의 장소로 기다렸던 곳 중 하나였던 대형서점은 장점이 많았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바람을 피할 수 있고 비 오는 날은 비를 맞지 않아 더없이 좋은 만남의 장소였다. 가장 큰 장점은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만큼이라도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모두 모이게 되면 읽다만 책은  내려놓고 나오기가 아쉬워 계산을 하고 나왔으니 서점 입장에서도 기다림의 장소로 선택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었다. 물론 그냥 내려두고 올 때도 많았지만.     

결혼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서 그런지 눈에 들어오는 책 제목들이 사랑, 가정, 행복, 부부, 여행 등의 키워드를 포함한 책들에 눈길이 갔고 웨딩과 관련된 잡지들을 정기적으로 구매해서 읽고는 하였다. 그때 읽었던 책들은 나의 결혼관에 지대한 영향과 밑그림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나는 결혼계획, 내가 만들고 싶은 가정의 모습, 미래의 모습을 주변에서 찾기보다는 내가 읽은 책들을 통해서 상상하고 그려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사실 가장 가까이 계신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에 대한 매력적인 그림을 그릴 수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부모님의 삶은 늘 팍팍했다. 너무 많이 고달 파보였다. 그 모습대로 살라고 한다면 결혼, 과연 꿈이나 꾸었을까.

5남매를 키우시며 어렵고 힘든 부분을 너무 가까이에서 리얼하게 보여주시니 결혼에 대한 예쁜 그림을 그리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고 비혼 주의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이왕이면 아름답게, 이왕이면 우리 부모님보다 예쁜 모습으로 나만의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가까이서 보이는 것들을 애써 외면하고 먼 곳으로 시선을 옮겨서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혼하면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집을 꾸미고 살아야지.

결혼하면 이런 아내가 되어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살아야지.

결혼하면 이런 요리들을 만들 수 있도록 요리를 배워 두어야지.

결혼하면 아이들은 이런 교육을 시켜봐야지.

밑그림을 스케치하며 읽어나가던 중 부부의 생활을 아주 읽기 쉽게 가볍게 써 내려간 생활 에세이 한 권을 읽게 되었다. 두 사람이 첫눈에 반한 만남부터 운명적인 결혼, 자녀와의 관계, 가정에서의 부부 모습들을 담백한 필체로 가끔은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은 책은 매우 쉽게 읽히면서도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 부부로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만들었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꾸밈없이,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결혼생활을 꿈꾸게 만들어주었다.


사랑은 아름답게

결혼은 현명하게

삶은 심플하게


나만의 결혼에 대한 생각의 뼈대를 만들고 완성된 그림을 그려보았던 결혼 전 20대의 마지막 그 시절이 참 행복했던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이후 결혼 24년 차 지금의 나는 그때의 밑그림대로 잘 살고 있을까?

좌충우돌, 결혼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물론 예습한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아픈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고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런대로 잘 살아온듯하다.

결혼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책을 읽고 팁을 얻고 밑그림을 그렸다.

자녀교육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교육사업을 하면서 내가 먼저  배우고 공부하며 아이들의 교육방향을 정했다.

나는 살아가는 모든 순간 속에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늘 궁금했고 궁금한 만큼 주변에서 배울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찾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지금도 살아가는 모든 날들이 무지를 깨닫는 과정이지만 그래서 삶이 두렵지만 재미있고 배움이 있는 삶이 행복하다.

유아교육자로 20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어느 별에서 온 아이들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너희는 세상 어디에서라도 빛나는 보석 같은 존재가 될 거야.

이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나는 너무너무 행복해.

그래서 감사해.

매일 순간순간의 감사들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었다.

이 행복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감히 가져보지 못했을 행복이다.

나는 이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해서 지금도 주저하는 이 땅의 청춘들에게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살아보라고

일단 살아보면 그다음 선물처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살아보니 최고의 인생공부는 결혼 후 배울 수 있었다.

살아보니 최고의 인생 선물은 결혼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다.

살아보니 최고의 인생 선택은 결혼이었다.

그래서 꼭 이쁜 사랑을 결혼으로 완성하고 그 결과로 넘치는 축복 같은 선물로 자녀를 갖기를 희망한다. 

이 땅 가득 소중한 선물인 보석 같은 아이들이 넘쳐나고 희망으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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