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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ul 11. 2021

아이의 농구공을 냅다 버린 아저씨





아이 3학년 때 이야기다.

등교도 거부하는 아이의 ‘비행 행동’은 그야말로 ‘고공행진’이었다.     

자신의 ‘화난 감정’ 다루는 것을 ‘아빠 보고 커 간 아이’는 또래 친구와의 갈등에서도 냅따 ‘발길질’과 ‘주먹’부터 날아갔다.   그래서 동네 엄마들은 “후니와 어울리지 말라 “라고 이야기했고, 친구는 한두 명씩 줄어들다 급기야 아이는 ”혼자“가 되었다.     


학업은 심한 ”집중력 장애 과잉행동 증후군(adhd)'와 ’ 뚜렛장애‘로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고 나는 아이의 치료를 위해 ’ 정신병원‘이며 ’ 상담센터‘를 오고 가는 것이 하루 반의 일과였다.

없는 살림에 뇌파 치료(뉴로피드백)까지 진행했으니, 치료 안 한 건 없었지만, 아이 상태는 좋아질 기미가 전혀 없었다.     


급기야 아이는 동네 ’ 문구점‘에서 ’ 도벽‘을 시작했다. 사탕을 한두 개씩 훔쳐와 아이와 함께 다시 문구점을 가서 사과하고 물건값을 돌려주거나, 이제껏 ‘로스’ 난 물건값을 전부 갚아주기까지 했다.(영업 중 잃어버려 손실 난 물건의 값을 전부 갚아달라고 문구점 주인이 이야기했다. 사실 30만 원 정도의 물건을 우리 아이가 훔치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일로 문구점에서는 우리 아이를 “출입금지”까지 시켰다.(cctv에 찍힌 아이 얼굴 사진을 붙여놓고 “출입금지”라고 적어놓았다.)     


하루는, 아이가 축구한다고 공을 들고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잠깐 문 좀 열어보소”

“무슨 일이시죠?

”이 아가 우리딸아한테 “18”이라고 캤는데 문 좀 열어보세요 “     


우리 아이가 또 사고를 쳤나 보다 싶어 문을 열어 보니, 어떤 덩치 좋은 아저씨(욕을 들은 딸아이의 아버지)가 우리 아이의 ‘귀’를 잡고 서 있었다.     


“지훈아 이리 와”

귀를 놓아주지 않은 채 “어리 놈이 욕이나 해대고....”     

“아.... 죄송합니다. 아이 교육을 잘 못 시킨 제 탓입니다. 아이에게는 제가 알아듣게 혼을 낼게요,”     


내 말에 무엇이 잘 못되었는지, 남자는 아이의 귀를 더 세게 쥐고 위로 들어 올렸다.


“지금 당신이 사과해서 될 일이 아이고... 야가  동네서 물건도 훔치고 학교도 안 다닌다고 하는데...

버릇을 고쳐줘야지, 아 아빠 좀 나오라 캐보소"


그러기를 몇십 분.... 그 아저씨는 내게 억울하고 분통한 심정을 고함치며 따지듯이 쏟아냈다.     

아이 아빠는 지방 출장 중이라 언제 올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면서 거듭 사과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했지만, 아저씨는 막무가내였다.

한참의 실랑이가 끝나고 아저씨는 “아 아빠 오면 연락하이소”. 하며 내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고 그제야 아이의 귀를 놓아주었다.     


전화번호 쪽지를 한참 쳐다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대단히 욱하고 폭력적인 남편과 아저씨가 만나게 해서는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밤에 남편이 돌아오자 오늘 이야기를 하는 수 없이 꺼냈고, 아이는 아빠에게 ‘매 맞아’ 가면서 혼이 났다. 화난 남편 뒤에 서 있는 나를 아이가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계속 쳐다보았지만 나는 외면했다. (그때 생각은 네가 잘못했으니까 벌 받는 거지... 아빠 화난 건 엄마도 못 말리는 것 알잖아...라고 나를 합리화했다.) 그리고 “사과만 하고 돌아오라”는 나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그 집 아저씨를 만나러 갔는데, (큰일이 나지 않을까 가슴이 쿵쾅대며 어찌하질 못했다.) 다행히 별문제 없이, 남편은 아이와 사과를 한 건지 어쩐지, 빠른 시간 안에 돌아온 것을 보니 ‘일이 잘 해결되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쓸어내렸다.     


다음날, 아이는 농구공을 가지고 집 앞 농구골대앞로 놀러 나갔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집 앞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베란다 창문으로 지켜보며, ‘오늘은 별일 없겠지’.... 생각하며 아이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앞동에서 어제 그 아저씨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농구공이 골대에 “쾅쾅” 대고 맞는 소리가 시끄러웠나? 생각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저씨는 아이의 근처로 다가가더니 급기야'농구공'을 들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어????”     


나는 바로 현관문을 열고 아이에게로 뛰어갔다.     

아이 곁으로 갔지만,  그 아저씨는 온 데 간데없고      

아이는 혼자 바닥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후나 왜 그래?”라고 물으니 아이는     


“아저씨가... 농구공... 버렸어”

“버렸다고?”

“아저씨가 농구공 저 통에 버렸어”     


그 아저씨는 일언 말도 없이 아이의 농구공을 냅다 갖고, 종량제 박스 통 안에 농구공을 버린 것이었다.     

나도 키가 작고, 팔이 닿이지 않는 곳에 농구공이 있어 꺼내질 못해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농구공을 꼭 찾아주겠다고 이야기하며, 집에서 식탁의자를 갖고 나가 공을 꺼내 아이에게 주었다.     

아이는 이내 울음을 멈추고 해맑게 웃으며 공을 튀기며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와 다르게 그때부터 무척이나 화가 나고 억울한 심정이 되어 가슴이 쿵쾅거렸다.

어제 그 전화번호로 전화해서 ‘공을 왜 버렸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고민하며 전화번호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아이가 ‘장애’인 게 아이 잘못인지... 아이 아빠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커온 아이가 불쌍하지 않은지... 물건값을 다 갚아줬는데 아이 사진은 왜 걸어 붙이는지.... 아이가 욕을 할 만큼 무엇이 얼만큼 화가 났는지.... 욕한 마디 한 게 온 집안 식구 대동해 사과할 일인지.... 학교 다니지 않는 아이는 다 나쁜 아이인 것인지.... 내 앞에서 아이 귀를 잡아당기는 그 아저씨를 나는 왜 말리지 않았는지....  


여러 가지 생각이 지나갔지만, 나는 전화를 걸어 앞뒤 두서없이 띄엄띄엄 이렇게 말했다.     


“어제.... 후니네 집인데요.... 

사과를..... 덜 받으셨으면 다시 말씀...... 하세요...

농구공 버린 거는....... 이번만....... 그냥 지나갈게요....”     

“.........”     


가슴이 쿵쾅대고 얼굴이 빨개져 겨우 이렇게 몇 마디 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언제부터 내 옆에서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는지,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 괜찮아?

엄마... 최고...!!”     


이날, 나는 아이에게 처음으로 ‘엄마는 후니 편이야‘라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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