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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있는 고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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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병석

비밀번호의 테두리에 갇혔다

수많은 기억이 그 테두리의 언저리에서

기웃거리다가

힘이 빠져 일어 서질 못했다

이제 그만

허우적거리며 긴 호흡으로

탈출을 시도하려던

이름이

허망하게 주인을 잃었다


수천개의 익숙함이

숨어있던 테두리 안에서

호명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껍데기를 벗어둔 채

알맹이만 쏙 빼내어 홀연히 사라졌다


먼지만 잔뜩 머금은

입에 찰싹 달라 붙었던

눈길에 들어와 박혀 있었던

이름에 본드처럼 붙어 있었던

표정없는 얼굴들을

타작마당에 끌고 나갔다


알곡은 거두어 보물창고에

가라지는 잘라서 휴지통에


아뿔싸!

썩은내에 못이겨

내 허락없이 먼 나라로

짐을 싸버린 기억들이 후.두.둑


싸늘하게 식어버린

말풍선들에서 곰팡내가 진동하고

대답없는 인연들이

객관적 상관물로

비밀번호주변을 정처없이 떠돌았다


또다시

보물창고에 가둬놓은

손질된 기억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휴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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