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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런고야 (21)

동업

by 최병석

함께라고 하니 좋았더라

두려움이 저만치에 있고 의심은 침묵했더라

구십구의 합한 힘만 보였고

단 하나의 흠은 처박아 놓았더라


둘이라서

한쪽이 타 오르면

다른 쪽엔 그늘이 되었더라

이쪽이 보이면 저쪽은 잊혀지더라

올라서야 할 곳을 놓칠 때라야

그늘과 잊혀짐이 하나였던 흠때문임을 알게 되더라


두텁던 시간은 쓸모없는 힘으로

수다쟁이로 돌변한 의심의 주둥이는

시커먼 두려움을 껴안으며 달려 들었더라


끈끈하게 쌓아 올렸던

믿음의 경험들이

눈치채지 못했던 비난의 나락으로

하나 둘 떨어지더니


도시락을 싼 채

문 밖을 나서는 입에서 쏟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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