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는 게 이런고야 (22)

구들장과 아버지

by 최병석

그 덕분에 나도 뜨거웠다


쉼없이 뿜어내는 열기에

아랫목에 앉았던

아부지 밥주발이 하얀 이를 드러냈다

구들의 장답게

가장의 뜨끈한 한 끼를 끼고 도는 게 싫어서

냅다 발로 차 버리면

부러진 이빨이 부스러기로 이불에 엉겼다


턱밑까지 끌어올린 따뜻함이

얼음장같은 콧날을 녹였다

함부로 마주할 수 없었던

뜨끈함의 주인이

이불을 하수인으로 삼은 뒤

그 영역을 넓혀 놓았다


아버지가 구들의 장과 함께

이불밖으로 사라지셨다

두 대장이 없으니

아무 곳 아무 때가 다 휑한데

달군자국이 증발해 버린 한 곳이

유독 쓸쓸하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21화사는 게 이런고야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