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과 아버지
그 덕분에 나도 뜨거웠다
쉼없이 뿜어내는 열기에
아랫목에 앉았던
아부지 밥주발이 하얀 이를 드러냈다
구들의 장답게
가장의 뜨끈한 한 끼를 끼고 도는 게 싫어서
냅다 발로 차 버리면
부러진 이빨이 부스러기로 이불에 엉겼다
턱밑까지 끌어올린 따뜻함이
얼음장같은 콧날을 녹였다
함부로 마주할 수 없었던
뜨끈함의 주인이
이불을 하수인으로 삼은 뒤
그 영역을 넓혀 놓았다
아버지가 구들의 장과 함께
이불밖으로 사라지셨다
두 대장이 없으니
아무 곳 아무 때가 다 휑한데
달군자국이 증발해 버린 한 곳이
유독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