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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런고야 (23)

고등어 조림

by 최병석

도시락은 그의 집이 아니었다


학교에 감히 생선 비린내를 싸갔다

주변의 코들은 틀어 막느라 바빴고

손가락들은 방향을 정하느라 분주했다


비린내보다

유달리 좋았던 하얀 속살은

보드랍던 엄마의 미소를 닮았다

열어놓은 뚜껑을 껑충 뛰어 넘어

목구멍을 넘기던 고등어의 몸짓 하나에

손가락이 곤두서더니 가시로 변했다


숨이 막혔다

켁켁켁

양호실로 달려가는데

안 보이던 생선의 비린내가 전신을 감쌌다


황급히 뚜껑 속에

엄마를 집어넣어 버렸다


다시는 도시락을 그에게 내어주진 않을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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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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