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는 게 이런고야 (27)

트라우마

by 최병석

자라가 솥뚜껑을 보고 놀랐대


그러니까

여덟 살 눈에 시커먼 펜치는

이빨을 삼키는 티아노사우르스였어


할아버지처럼 안방을 차지한 장롱 문은

엄지발가락의 발톱을

억지로 뜯어내는 악마 일 수도


맨 살 위에 떨어져

팽팽한 살점을 끊어진 고무줄처럼

순식간에 잡아먹는 뜨거움은

냄비라는 이름을 늘 껴안고 살지


종로에서 맞은 뺨을

얼얼하다고

수원에서 다른 쪽을 내 보이는 일은


솥뚜껑을 닮은 자라가

공룡과 악마와 냄비로

머릿속을 헤집으며 뺨 맞을 준비를

완료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거야.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26화사는 게 이런고야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