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자라가 솥뚜껑을 보고 놀랐대
그러니까
여덟 살 눈에 시커먼 펜치는
이빨을 삼키는 티아노사우르스였어
할아버지처럼 안방을 차지한 장롱 문은
엄지발가락의 발톱을
억지로 뜯어내는 악마 일 수도
맨 살 위에 떨어져
팽팽한 살점을 끊어진 고무줄처럼
순식간에 잡아먹는 뜨거움은
냄비라는 이름을 늘 껴안고 살지
종로에서 맞은 뺨을
얼얼하다고
수원에서 다른 쪽을 내 보이는 일은
솥뚜껑을 닮은 자라가
공룡과 악마와 냄비로
머릿속을 헤집으며 뺨 맞을 준비를
완료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