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요 씨의 하루
바요 씨의 최근은 정말 극악무도했다. 참으로 극한상황 속에서 살아남으려 온갖 방법을 다 썼다. 남들은 아무 짓도 안 해도 다들 멀쩡하다. 주변에 놓인 먹거리들을 마음껏 거리낌 없이 먹어 대도 슬림하고 댄디하다. 체질상 멀쩡하다.하지만 바요 씨는 요상한 체질이다. 배고파 두어 숟갈 먹었을 뿐인데 아침에 눈을 부릅뜬 저울은 출근길 초입부터 호통에 소란을 더해 나무라기만 한다. 이를 악물었다. 두 숟갈 떠야 할 때 반숟갈, 반숟갈 떠야 할 때 샐러드로 식욕을 줄여나갔다. 이에 더해 죽어라 뛰었다. 필라테스도 감행했다. 온몸에 전기가 통했는지 온통 찌릿거린다. 그래서일까? 체질이 살짝 바뀐 듯하다. 더 이상 저울의 호통에 주눅 들지 않아도 되었다.정확히 6개월을 버텼다. 아니 악다구니로 살았다. 새롭다.
살이 쪄서 옷장 깊은 곳에 짱 박아 두었던 다소 슬림한 옷들을 꺼냈다. 두렵지만 입어 보았다. 맞는다. 훌륭하다. 자신감이 충전되는 느낌이다. 거울의 칭찬에 바요 씨가 감격했다. 평소에 두려웠던 주변인들의 눈빛에 달콤한 꿀이 섞여 나온다. 그러다 느꼈다. 저분들의 시선은 그대로인데
내 생각이 위축되었기 때문에 챙겨 두었던 자신감을 날마다
이불장 속에 깊숙이 집어넣고 다녔던 것이었다. 이 따위로 개고생을 하며 뚱뚱한 몸매를 날렵하게 만들어야만
자신감을 찾게 된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바요 씨는 생각이 많아졌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왜 자신의 상황을 거울에게 물어야 하며 저울의 눈치를 봐야 하는가? 이런저런 생각에 불면의 밤을 보낸다. 초원에 널려있는 길 잃은 양들의 수가 천마리에 더하여 만 마리까지 이르도록 정신은 멀뚱 멀뚱이다. 잠을 자야 하는데 기상알람이 울린다. 어차피 안 오는 잠 결연히 떨치고 일어난다.
순식간에 머리를 감고 그동안 들어가지 않아서 못 입었던 아끼던 원피스를 장착했다. 거울을 보니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퀭하다. 몽롱하다. 그렇지만 자신감을 장착하고 출근길에 오른다. 잠을 못 잤지만 경쾌했다. 일을 하다 보니 시간 속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덧 퇴근시간이다. 퇴근을 하는데 인사를 나누는 경비아저씨께서 덕담을 해 주신다.
"이여 미스리 오늘 아주 좋아 보여요! 굿이에요"
"어머 그래요? 감사해요 먼저 갈게요"
앱으로 호출한 택시를 탔다. 오늘따라 내 복장이 맘에 든다.
거울 속에 들어있는 공주가 미인대회에서 우승하고 이제 막 도착해서 택시를 집어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이 정도면 모든 남성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도 남지 않을까?하며 웃고 있는데 이런 말이 들려왔다.
"혹시 오늘 시간 좀 있으세요?" "네?"
"뭘 그리 놀라나?" " 네 무 무슨?"
"시간 되시면 어디 근사한 곳에 가서 밥 한 끼 사 드리고 싶어요"
"아니 아저씨, 이 무슨?"
"아니 그래서 된다는 겁니까 안된다는 겁니까?"
"아니 이 아저씨가 정말"
"이봐요 아저씨!~잇"
한바탕 할 태세로 팔꿈치를 걷고 씩씩대려는 찰나였다.
이때 그 느끼한 목소리의 택시기사가 귀에서 이어폰을 빼내며 묻는다.
"예? 왜 그러시는데요? 뭐 잘못되었나요?"
"아 아뇨..."
"여기서 내려주세요"
이 바요 씨가 착각이란 걸 했다. 에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