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몸무게순이 아니잖아요

조정현 <나의 첫사랑 레시피, 2019>

by Skyblue

1. 무엇이 개구리를 죽게 했나


개울가에 앉아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개구리가 살았어. 여느 때처럼 반짝반짝 윤이 나는 조약돌 위에 앉아 개굴개굴 노래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는 거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는 누구에게든 시비를 걸 것만 같은 소년이었어. 개구리는 살짝 무서웠지만 늘 하던 대로 노래를 계속했지. 그런데 소년은 곤두서 있는 마음이 아무리해도 가라앉지 않는지 독이 서린 말을 혀 끝에 담아 이렇게 내뱉었어.


거참, 더럽게 시끄럽네.



개구리는 순간 굳어지고 말았어. 지금까지 자신의 노래가 더럽거나 시끄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 한껏 화풀이를 하고 난 후 사라진 소년은 다시는 개울가에 오지 않았어. 하지만 개구리는 그날 이후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었어. 노래를 잃어버린 개구리는 어디에 있어도 있지 않은 것처럼 존재감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지.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행인이 발길로 걷어 찬 돌에 맞아 죽고 말았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었구나 하겠지만, 개구리는 이미 그전부터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디를 향하는지도 알 수 없이 던진 소년의 말에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한 나머지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개구리. 누군가와 많이 닮아있지 않니?



2. <나의 첫사랑 레시피>



서윤이는 남다른 요리 실력을 가진 아이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어설픈 레시피를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정도라니까. 서윤이에게 가장 행복한 일은 친구 체리가 자신이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만 음식을 잘 만드는 만큼 먹는 것도 즐겨하는 탓에 살짝 통통하다는 게 고민이었지. 매번 실패할 줄을 알면서도 다이어트를 포기할 수 없는 건 서윤이만의 비밀.


이런 서윤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같은 반 남자아이가 있었어. 땅딸막하고 통통하고 조곤조곤 말이 많기도 해서 '개피곤'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휘곤. 서윤이가 만든 음식을 보고 감탄을 연발하던 그 아이는 서윤이의 레시피로 요리하는 동영상을 같이 찍어서 올려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해. 요리를 맛깔나게 담아내기 위해 4만 원씩이나 하는 그릇을 사주면서 말이야. 하지만 서윤이는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함이 있었어. 화면에 비추어질 자신의 모습은 통통하고 예쁘지도 않았거든. 결국 서윤이는 절친 체리를 대역으로 요리 동영상을 찍기로 해. 하지만 체리는 요리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초보라 아무리 자세히 알려줘도 하는 게 영 어색했고, 제대로 된 영상이 찍힐 리가 없었지.


다이어트는 해도 살은 빠지지 않고, 몰래 짝사랑하고 있던 같은 반 남자아이는 자신의 절친 체리의 남자 친구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서윤이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어. 한편, 김휘곤은 옆에 붙어서 만든 요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주는데 순간 서윤이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을 느껴.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김휘곤에게 고백을 하고 말았지. 그렇게 서윤과 휘곤의 1일이 시작되었어.


서윤이는 김휘곤과 함께 있는 것이 싫지 않지만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어. 둘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는 것만 같았거든.


거봐, 커플 아니라니까.
저런 애들끼리 사귀는 거 봤어?


자기, 그만해. 요즘 고딩 무서운 거 몰라?
덩치가 있는데, 쟤네도 어쩔 수 없잖아.
끼리끼리 데이트하는 모양이네.


서윤이는 마음이 너덜너덜해졌어. 이렇게 계속 만나다가는 서로에게 상처만 주다 끝날 것만 같아서 김휘곤과 헤어지기로 결심해.


3. 사람이 불행해지는 이유



별 볼일 없는 사람이 지껄인 말들에 일일이 신경 쓰며 괴로워하다가 좋아하는 남자 친구마저도 헤어지겠다고 결심하는 서윤이의 모습을 두고 어느 누가 한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만의 개성을 존중하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어. 서윤이라고 모를까. 하지만 두 눈이 멀쩡하게 달려있으니 남과 다른 초라한 자기 모습을 보지 않을 수가 없잖아. 눈을 감고 살 수도 없고, 비교를 하지 말아야 하는 걸 알아도 안 할 수가 없는 거지.


인간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인간의 불행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함께 있으니 다름이 보이기 시작하고 구별짓고 차별하는 거야.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숙명을 벗어나지 않는 한 사는 내내 누군가와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일은 계속 될 거야.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생판 모르는 남까지 그들의 잣대로 실컷 비교하고 지껄여대는 말들을 들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다는 말이야. 이런 건 또 귀를 막으면 더 잘 들리더라고.


4. 무심코 날아오는 돌을 피하는 법



작년에 봤던 인상적인 프로그램이 있는데 개그우먼 김민경이 출현한 <오늘부터 운동뚱>이야. 뚱뚱하면 운동에 서투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탄탄한 근육과 유연함을 가지고 완벽하게 미션을 완수해 갔어. 운동을 하는 목적은 바로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여자 연예인으로서 날씬하고 예쁘게 나오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자신의 캐릭터를 존중하고 앞으로도 더 맛있게 음식을 즐길 수 있기 위한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을 하겠다는 말이 큰 울림을 주더라.


그녀에게 뚱뚱하다며 놀리는 투의 악플이 없는 건 아닐 거야. 오히려 연예인이라 우리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날아올 테니까. 그럼에도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맛있게 먹는 그녀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팬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그 마음에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서윤이에게 그런 모진 말들을 휙휙 던지는 사람들한테 가서 짱돌을 날려주고 싶지만 이미 받은 상처야 어쩌겠어. 앞으로도 무자비하게 날아올 걸 예상하고 있어야 할 텐데 뭐. 하지만 중요한 건 서윤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이들의 말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정말 몰상식한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음을 명심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게 24시간 방어 태세를 잃지 말아야 해.


이건 딴소리지만, 앞으로 요리를 계속 할 거라면 지금 서윤이 몸이 딱 좋지 않을까? 요리 레시피를 개발한다는 사람이 늘씬하고 예뻐서 무슨 설득력이 있을까? 백주부 선생님이나, 요리연구가 이혜정 선생님도 푸근한 몸집이라서 맛있는 음식을 소개할 때 훨씬 마음에 와 닿는 게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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