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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유-02] 나의 집짓기

사람들이 꿈꾸는 땅이 있다.

by 박경규 Mar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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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꿈꾸는 땅이 있다. 첫째, 넓고 저렴하고 공기 맑고 조용하며 자연경관이 좋으면서, 둘째, 교통이 편리하고 학교, 병원, 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이 가까운 곳.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곳은 없다. 일반적으로 그 두 가지는 충돌하기 마련이고, 둘 중에 하나를 택하게 된다.

기흥호,매미산,경희대 그리고 필지(Kakao,국토지리정보원)기흥호,매미산,경희대 그리고 필지(Kakao,국토지리정보원)

그런 점에서 용인 서천지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 땅은 괜찮았다.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와 매미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19세대 주택단지의 주민들은 마을의 이름을 ‘산두른 마을’이라고 지었다. 고라니와 청설모, 꿩, 딱따구리, 물까치가 자주 놀러 온다. 관리실은 없지만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고, 서천지구의 주요 도로에서 먼 끝자락이어서, 적어도 외부 차량이나 배달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평화를 깨는 일도 적다.

산두른 마을 입구산두른 마을 입구

단지 밖으로는 바로 매미산으로 이어져 약수터가 5분 거리고, 10분이면 경희대 국제캠퍼스도 경계에 닿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개인병원과 슈퍼마켓도 도보 10분 정도면 가능하다. 현재 제일 가까운 전철은 도보로 30분 거리지만, 도보 10분 거리에 전철역까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미 지구단위계획 안에 있기 때문에, 몇 달 전까지 경관이 좋았다가, 오늘은 갑자기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서서 삶을 망쳐놓는, 고질적 병폐인 난개발의 위험도 적었다.

필지에서 바라 본 남쪽 근린공원(feat:째려보는 아내)필지에서 바라 본 남쪽 근린공원(feat:째려보는 아내)

땅의 모양이, 건축에 선호되는 사각형이 아닌, 경사진 D자 형태의 땅이어서 설계가 쉽지 않았지만, 단지 내 필지 위치는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이 땅의 정남향으로는 좌우로 길게 10여 미터 높이의 작은 근린공원이 있어, 늘 4계절 자연을 바라볼 수 있으면서 아늑했다. 근린공원의 산책로도 다행히 언덕 저편에 있어서, 산책객들의 시선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의 우려도 적었다. 남향의 공원의 높이가 나지막해서 겨울에도 해를 가리지 않아 필지 위에 길게 햇살이 드리웠다. 일방통행으로 돌아서 나가는 단지 내에서 끝집이어서, 서쪽을 제외하고 3방향에 단지 내 도로가 있어서 옆집들과 적절한 거리가 있는 것도 답답하지 않고 좋았다.

2018년 당시 필지 모습2018년 당시 필지 모습

토지구매가격으로 볼 때도 꽤 좋은 조건이었다. 2018년 기준 보통 용인 기흥구의 지구단위계획 안에 있는 토지는 평당 매매가격이 최소 600만 원이 넘었다. 서천지구의 경우는 그 당시 1종주거지역의 경우에도 평당 700만 원 이하로 나온 것은 없었다. 그런데, 이 2종주거지역인 65평 필지(도로지분 약 23평 별도)의 LH의 분양가격은 2.87억 원에 축대, 가스, 전기 등 기반공사를 포함한 토지조성비 0.56억 원, 0.45억 원 프리미엄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토지조성비를 제외하고 순수한 토지구매 비용만으로는 3.32억 원으로 평당 510만 원, 도로지분까지 포함하면 평당 375만 원으로 더 낮아졌다. 단지 내 대부분의 집들이 공사가 완료되었거나, 마무리 중에 있었고, 비어있는 필지는 2개에 불과했는데, 부동중개업소에 나온 필지는 달랑 이곳 하나밖에 없었다. 


마음이 급했다. 당장이라도 팔려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아내가 완강히 반대했다.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아내는 저번 원룸건물을 살 때에도 반대했었다. ‘아파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혹시 아이들이 단독주택에 산다고 따돌림을 받거나, 치안문제를 걱정했었다. 이번에도 여전히 아내는 내켜하지 않았다. 전에 살던 집에 비해서도, 기존 전철역에서 너무 멀다고 했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속이 타들어 갔고, 냉전상태가 계속되었다. 아내는, 동네로 산책을 다녀보고 그 마을에 먼저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 보고서야, 3달 만에 허락을 했다. 우리가 실랑이하는 그 사이에 매물은 들어갔다가, 구입하려고 하자 다시 나왔다고 했다. 


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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