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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빈 Mar 26. 2020

서울의 참조도시 (2) - 걷고싶은거리

쿠리치바 - 2019.0802.1400


 버스 시스템이나 교통체계로 워낙 유명한 도시이다 보니 혹자는 쿠리치바가 자동차 중심의 조금은 삭막한 곳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사동이나 홍대는 물론이고 이제는 웬만한 중소도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걷고 싶은 거리' 또는 '차 없는 거리'의 원조도 사실은 쿠리치바에 있다. 일명 '꽃의 거리(Rua das Flores)'라 불리는 약 2km 정도의 보행자 전용 도로가 그것이다.


7, 80년대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꽃의 거리' 사진 (사진 출처: https://omensageiro77.wordpress.com)
보행자 전용도로의 시작을 알리는 진입금지 표지판, '11월 15일 거리(Rua XV de Novembro)'는 '꽃의 거리'의 행정 지명이다.


폭 30m, 길이 2km의 도로 전체가 보행자 전용으로 조성되어있다.


보행자를 위한 포장, 잘 정리된 조경과 시설물, 다양한 상점들이 어우러지는 풍경


 자가용 소유의 보편화와 함께 세계 많은 도시들이 자동차 중심의 도로확장과 지하철 공사에 열을 올리고 있을 1970년대, 쿠리치바의 레르네르 시장은 과감히 버스 위주의 지상 대중교통 체계를 강화하여 차 없는 사람들의 편의성을 우선순위에 놓았다. '꽃의 거리'의 조성 또한 보행자가 걷기 편한 도시가 좋은 도시라는 소신에서 비롯된 급진적인 사업이었다. 직접 걸어본 '꽃의 거리'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조약돌로 예쁘게 포장된 바닥에는 색깔 돌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어 노점상이 들어설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며 질서를 만들고 있었다. 30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넓은 길 양옆으로는 아케이드형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거리에는 벤치와 가로수 같은 공공시설물과 조경이 어우러져 편안한 풍경을 자아낸다.


거리 양 옆의 상점들은 업종도, 규모도 다양한데 별도의 단차나 장애물 없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중간중간 작은 키오스크 가판대도 보인다.


불법 광고물, 입간판, 노점상 등이 없어 보행 저항은 사실상 제로(zero)!


걷다 보면 서너 번쯤 건널목을 마주치게 되는데 걱정할 필요 없다. 왜냐면...


... 여기선 누구나 무단횡단을 하니깐! 그냥 계속 걸으면 된다.


 처음 이 곳을 차 없는 거리로 선포한 당시에는 상권이 죽을 것이라는 상인들의 우려와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레르네르 시장은 그들을 설득하고 보행환경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차를 없애는 대신에 BRT를 통해 대중교통 체계를 강화한 덕분에 오히려 도시 곳곳에서 '꽃의 거리'로의 접근이 더욱 쉽고 빨라졌다. 상권은 예상과 달리 더욱 살아났고 전 세계 차 없는 거리의 원형이 된 '꽃의 거리'는 쿠리치바 시민들의 자랑이자 사랑받는 도시공간으로서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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