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꽤나 중요하다. 점심시간은 밥을 먹는 시간이기도 하면서 직원들과 교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에게 점심시간은 내가 평일 낮에 하지 못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평일 낮 시간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만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점심시간은 유일하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낮 시간 중 하나이다.
이 시간에 나는 도시락을 먹곤 휴식을 취하거나 나에게 중요한 일들을 했다. 나에게는 밥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그 중요한 일들을 위해서라면 하루 종일 밥 한끼 아니 물 한모금 조차 먹지 않아도 개의치 않았다. 밥은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시간은 지나고 나면 사라지는 것이므로.
평소처럼 출근한 어느 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는 중요한 일을 했다. 5월 말 경 사무실을 계약하고 6월 중순 잔금을 치룬 사무실의 열쇠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나에게 열쇠를 내어주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정해져있다. 그들과 나는 같은 직장인이다. 결국 평일 낮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는 나의 점심을 포기해야 했다.
회사와 새로 구한 사무실은 거리가 멀지 않았다 차로 5분 거리였는데 문제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왠걸, 내가 가야하는 곳과 다른 방향을 향해 열심히 달렸고, 그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려고 알아보니 원래 출발지에서 가는 것보다 두 배나 더 걸리는 것이었다.
성격이 급한 편이다. 느긋한 걸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시도하고 그래서 실패도 많이 한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실패하고 자책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버스를 타고 다시 택시를 타고 두 배의 교통비를 지불하고 겨우 입주지원센터에 도착하여 열쇠를 받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과정. 돌아갈 때는 택시가 수월하게 잡혔으나 사무실에 와보니 1시간이 딱 지나있었다.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한숨이 푹 나왔다.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쫓긴다. 매일 회사에서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고, 업무적으로는 시간에 쫓겨 매일 찜찜한 기분을 안고 퇴근을 한다. 주 52시간 제도가 생긴 후부터는 6시면 피씨가 자동으로 꺼지는데 이 제도가 퇴근 시간을 앞당겨주었다는 큰 장점도 있었지만, 반대로 늘 시간에 쫓겨 업무를 마감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었다.
언제쯤이면 시간에서 자유로울까?
나는 안다. 퇴사 후에 아마 나는 시간에 더 쫓기게 될지도 모른다. 직장인일 때보다 더 불안한 마음을 갖고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유'라는 말은 허상일지도 모른다. 가진 게 많으면 많을수록 무언가를 잃게 될까봐 불안한 것이 우리 인생이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문득 퇴사를 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1%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99%의 확율에 베팅하기로 했다. 내 결정을 옳은 결정으로 만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언젠가는 끝이 있는 회사생활 내 스스로 졸업하고 내 일을 시작한다는 것.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의 한계가 있었다면, 내 사업은 소득의 상한이 없을 것이므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며 살 수 있다는 것.
평일 낮 시간에 때로는 백수처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돌아다닐 자유가 있다는 것.
잃는 것도 분명 있다.
회사 안에서 만난 좋은 동료들. 같은 곳에서 일할 때는 동료이지만, 떠나는 순간 나는 이방인이 된다.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른다.
3년. 딱 3년만 더 근무하자고 마음을 다잡았건만, 그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한다.
3년 동안 벌어들이는 연봉 3억과 퇴직금 3억 이상. 총 6억이라는 돈을 내 시간과 바꾸기로 했다.
경제적 자유와 시간의 자유. 지금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은 시간의 자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