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사랑을 보았다
어긋난 만남, 추억에서만 아름다울 수 있는 관계, 둘 사이에서만 괜찮은 인연.
여러 가지 미사여구로 포장하더라도 세상에서는 인정받기 어려운 사랑의 형태가 존재한다.
그 둘이 지속적으로 연민을 느끼더라도 타인과의 관계망 속에서는 쉽게 용납될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다.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가고 안타까운 연민을 지속한다고 해도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냉철할 수밖에 없다. 그 비밀스러운 관계가 유지되는 한 공식적인 계약 질서엔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냉랭한 불신이 자리를 틀게 마련이다.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탈선과 배신 불륜이란 부정적인 위치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미롭게 엮어냈다.
아련하고 애틋하다 못해 아끼고 아껴서 마지막에 입에 베어 무는 한 알의 포도송이와 같지만 끝 맛이
달콤하기만은 어렵다.
늘 그리워하지 않아도 언젠가 서로를 다시 찾게 되고
그때마다 헤어지는 것조차 무의미한 관계가 있다.
부적절한 관계이니 불륜이라는 한 단어로 낙인찍으면 될 만한 상황을 작가는 아름다운 한 편의 시와 회화적 문학으로 탈바꿈시켰다. 주홍색으로 덧 칠하기 전까지는 감미롭고 애절하며 타당한 이유가 있음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놓았다. 둘의 관계가 애당초 선남선녀로 만나 결혼해서 알콩달콩 아름답게 살아가는 스토리 라인을 담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을, 작가는 이루지 못한, 아니 이루어질 수 없는,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려면 사회적 도의를 저버려야만 하는 상황을 다루었다.
이것은 사랑인가 아닌가?
한 개인 만을 중심으로 본다면 각자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니 뭐라 간섭할 것이 못 된다.
사람이 변하고 사랑도 식고 감정은 수시로 요동친다. 남편과 아내 자녀들과의 사랑으로 맺어진 계약과 신뢰 역시 중요한 가치다.
어떤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관계망을 유지할 것인가?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둘 것인가?
책을 읽는 내내 윤대녕 작가의 감미로운 언어에 빠져들었다.
사회적 관점이 불륜일지언정 사람 간의 설렘은 그 어찌 애절하지 않을까?
추억 속의 사랑이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들을 응원하는 건 또 다른 관계들을 파괴하라는 무책임함일 수도 있겠다.
그보다, 아름다울 수 없는 관계를 언어를 통해 미학적으로 승화시켜놓는 작가의 화술에
빠져들었고 그러면서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깨우침에 이른다.
여러 형태로 맺어지는 사람 간의 다양한 인연과 만남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 지를 묻는다.
TV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영상 미학을 글로 묘사해서 수놓은 회화적 단편 소설이었다.
작가의 성숙미로 녹여낸 또 다른 아름다움의 단면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