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날

by 준구

그런 날이 있다.

무언가 해보려고 책상에 앉았지만 막상 해야 할 일이 없는 날.

열심히 돈을 벌어보려고 애쓰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암담한 날 말이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하릴없이 하루를 보낸다 손 치더라도 월급 받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자영업자이거나 프리랜서인 경우에는 속상하고 애가 타는 순간이다.

한 푼이 아쉬울 때면 받아야 하는 돈의 입금도 더디다. 카드로 돌려 막기 하다 보면

어느덧 다음 달이 더 두려워진다.


영상을 제작하는 일은 계절적인 흐름을 탄다.

방송사 소속으로 있을 때는 고정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니 그럴 일이 없지만, 바깥으로 나온 이상 성수기와 비수기가 극명하게 갈린다. 요즘 같은 시간이 비수기에서 성수기로 넘어가기 위한 전환기의 시점이다.

겨우내 움츠려있던 나무가 용트림하며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듯이 말이다.

일이라는 게 없다가도 생겨나기 시작하면 꼭 중복해서 동시에 치러내야 하는 작업들이 생긴다.

그럴 때면 큰 프로젝트에 몰입할 수밖에 없어서 상대적으로 작은 일에는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 비수기일 때 이런 소소한 일이 들어왔다면 열과 성을 다해서 큰 프로젝트 못지않게 성실히 감당했겠지만 이런 일은 꼭 바쁠 때 중복된다.

외면하자니 아쉽고 동시에 진행하자니 벅찰 수밖에 없다. 날이라도 겹치면 그나마 포기해야 하니

속이 쓰리다. 아득바득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 그때는 너무나 벅차다.

이런 경우를 계륵이라 표현해야 하는지, 머피의 법칙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동서양을 막론해서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현상이니 이런 말도 생겨났을 것이다.

이렇게 쏠림이 심한 노동강도가 그냥 평균화되어서 그날그날 적당한 량의 노동을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자조하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누군가의 적당한 위로와 따뜻한 포옹만으로도 마음은 좀 누구러질만도 한데 여유로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내도 버거웠던 하루를 겨우 마감했는지 조용히 등을 돌리고 누웠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침묵으로 달래는 듯 보였다.

잠시나마 끌어안고 온기라도 느끼고 싶었는데 피곤한 듯 손사래를 친다.

밀려오는 피로를 잠으로 풀려는 기세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등을 돌려 돌아 누웠다.

허전함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깊은 잠을 청하고 나면 이 헛헛한 마음이 좀 가시려나'.


가끔은 말끔하지 못한 마음으로 자리에 눕는다.

그런 날이 있나 보다.


그래도 내일은 다시 태양이 떠오르고, 봄의 꽃망울은 더욱 활짝 피어날 것이다.




사진: 숲속에서 그네에 앉아




keyword
이전 05화"대설주의보" 윤대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