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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기만성온달이 Feb 08. 2024

궐하네 공원의 끝에는 동로마시대의 성벽이 서있다

1000년 간 콘스탄티노플을 지키던 성벽

귈하네 파크를 가로지르면 바다로 이어진다는 말에 바삐 걸음을 옮겼다. 톱카프궁전의 일부였던  공간이라 울창하게 쭉 뻗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며 푸르름과 청명함을 발산하고 있었다. 1900년 초에 개방된 공원은 궁전을 둘러싼 성벽의 역사만큼이나 고색창연한 아름다움과 운치가 풍긴다. 동로마시대의 주인을 몰아내고 그 터 위에 오스만제국의 궁전을 세웠으니 그야말로 유서 깊은 역사의 현장을 걷는다. 군데군데 세워진 조각상과 분수대 카페를 지나자 옛 동로마시대의 잔해가 나타났다. 허물어진 옛 콘스탄티노플의 흔적과  과거의 위용을  보여주려고 시위하듯 서 있는 동로마 시대의 거대한 기둥. 

서양과 동양의 각축장이었던 콘스탄티노플은 그렇게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꾸며 변화 발전하는 중이었다. 


톱카프 궁전은 19세기 마흐무트 2세때까지 약 380여 년간 오스만 제국 군주의 정궁이었다. 1475~1478년에 지어진 톱카프 궁전은 1850년대까지 계속 증축되기도 하고 보수되기도 하였다.


궐하네공원
공원 분수
동로마제국의 유적

공원을 빠져나오니 바로 앞으로 보스포로스 해협이 나타났다. 탁 트인 바다는 남으로는 지중해로 이어지고 위로는 흑해의 통로가 되며 서양과 동양의 대륙을 마주하는 천혜의 요충지를 품고 있다. 이쯤 되면 해안가를 둘러싼 성의 흔적이 있을 듯싶어 바다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서 오랫동안 콘스탄티노플을 지켜주었던 동로마의 성벽을 만날 수 있었다. 1000년을 버티며 로마제국을 지켜주었던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메흐메트 2세가 이끄는 오스만 군에게 1453년에 함락당한다. 3중으로 건설된 로마의 철옹성이 오스만 최고의 정예보병인 예니체리 1만 명과 길이 8m의 포신과 무게 19톤을 자랑하는 우르반거포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다. 

해안가 성벽의 일부는 그때의 포탄에 무너져 내린 듯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었지만 그 견고한 두께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육중하고 웅장했다. 이런 삼겹의 성벽이 뚫리면서 유럽의 기독교문명은 동양의 모슬렘문명에게 접수당한 셈이다. 이로써 막강한 힘을 얻은 오스만제국은 유럽에 큰 위협으로 등장한 것이다.  


콘스탄티노플을 지키는 삼중벽
해안가 성벽과 파괴된 부분들

오후에 유람선을 타고 보스포로스해협의 북단으로 향했다.

동양과 서양을 나누고 있는 바다의 폭은 750미터에서 1킬로 내외의 강폭에 불과한데 양쪽으로는 멋진 궁전과 상대국가를 견제키 위한 성과 요새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곳이 오스만제국이 동로마를 정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1452년에 세운 루멜리 히사리 요새였다. 

해안을 감시하며 동로마제국과의 교류를 막고 고립시켜서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려는 목적으로 건설한 요새를 바라본다. 결국 성을 쌓고 적을 감시하고 위협하면서 메흐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플의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하나의 제국이 흥하면서 힘을 떨치다가 다른 제국에 의해서 망하고 대체되면서 공간은  역사의 자취와 다양한 문화를 남겨놓았다.

 

루밀리 히사리 요새
루밀리 히사리 요새


아시아지구의 카디코이, 신 유럽 지구의 탁심광장, 구 유럽의 이스탄불에서 다양한 인종과 찬란한 문화유산 동서양의 묘한 동거를 느낀다. 종교의 이름으로 때로는 제국의 영광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죽으며 정복하려 목숨을 걸었던 시간과 역사.


지중해의 파란 하늘과 구름, 하늘보다 더 푸른 바다의 풍요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가 새삼 깊은 소용돌이처럼 내 마음을 훔쳤다. 각기 다른 나라와 민족 문명과 풍속에 메여서 살았을 사람들. 


우뚝선 대지와 깊은 대양이 만나 한껏 아름다운 자연에 다양한 문화와 문명을 탄생시킨 역사의 도시에 심취된 느낌이다. 케밥이든 고등어 샌드위치든 허기진 배를 채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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