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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기만성온달이 Feb 24. 2024

교토의 골목에서 북촌 한옥마을의 감성을 만나다

교토여행

교토의 청수사로 향하는 길은 이미 관광객들로 그득했다.

오사카에서 1일 투어를 신청해 일찌감치 교토로 이동했지만 대략 4곳의 핫스폿을 둘러보는 관광버스의 동선은 거의 비슷했고 개별 관광자들의 목적지도 같았다. 청수사로 오르는 길 양편엔 2층짜리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고 기념품가게와 음식점이 즐비해서 오가는 관광객들의 구미와 시선을 당기며 서다 가다를 반복하게 했다.

 

높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청수사의 본전 앞에는 수많은 참배객을 수용하기 위한 목조무대가 펼쳐져 있는데 이를 떠받치기 위해 12미터 높이의 목재 기둥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  산 위에 위치한 절의 본전 마당에서 바라본 교토 시내의 모습은 고즈넉하고 잔잔했다. 그리 높은 빌딩이 없을뿐더러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꽤나 넓은 경내를 한 바퀴 돌면서 높은 곳에서 분지로 형성된 시내 전체를 내려다보는 맛이 멋스럽다. 본전과 부속 건물들 사이에는 수령이 높은 나무들이 가지를 뻗치고 섰는데, 지금 같은 겨울이 아니라면 온갖 꽃과 푸르름으로 고풍스러운 운치를 더 했으리란 상상을 해본다.

 

청수사 우측 본전과 시내 전경
청수사 본전과 부속건물

                                 

본전 앞 공간을 떠받치는 기둥


아내와 나는 풍경을 보고 느끼는 속도가 다른 두 아이 때문에 각각 따로 나뉘어 걸었다. 쏜살같이 앞서 나가는 아이 하나와 천천히 보고 여유 있게 사색하며 본당에서 빌어도 보는 아이의 페이스에 맞추느라 우리 부부는 서로 떨어져서 이동했다. 각각 자녀의 전담 촬영자가 되어 자신의 사진도 몇 장 안 되니 4명 가족사진은 더더욱 없다. 어서 커서 맘에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녀서 우리 부부만 오붓하게 거닐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사실, 아이들이 없을 때 둘이 떠났던 유럽여행에서는 사소한 것으로도 많이 부딪쳤었다.  왜 그랬을까 의아해하면서도 이젠 서로에게 맞추고 배려하는 법을 알기에 함께 걷는 게 편하다.


아무튼, 투어 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각 장소를 효과적으로 이동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제한된 시간에 코스를 돌아보고 차량으로 빨리 돌아와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이번 장소에서 점심을 먹는 이유로 다른 곳보다 길게 머무는 여유가 주워졌다.

식사를 위해 소문난 맛집을 갔더니 대기가 길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얼른 점심을 먹고 나왔다. 큰길 옆의 골목으로 들어서니 이곳이 바로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로 교토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두 곳의 언덕길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좁다란 골목은 아기자기한 모습이 우리의 북촌거리와 비슷한데 일본 특유의 2층 건물의 1층에는 상점과 먹거리 샾이 들어서서 형형색색의 진기한 빛깔과 향기를 발하고 있었다. 우리 인사동 거리의 중후함과 베트남의 호이안 거리의 칼라풀한 아기자기함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통의 느낌이랄까!

자그마한 언덕길을 삼백여 미터 걸어 나갔다 또 다른 언덕길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아무래도 버스에 올라타야 할 시간이라 발길을 돌려 나와야 했다. 가이드가 언질 하길 이 전통의 상점 중 하나에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다는데 간판조차 초록색 로고를 쓰지 않고 일본 전통의 색과 문양으로 표시했다니 더욱 찾기가 어려웠다.  

커피를 마시는 게 주된 목적은 아니었으니 스벅을 가지 못해 아쉬울 건 없었다.

단지 우리의 민속촌이나 북촌과 같이 아기자기한 일본 전통의 거리를 조금 더 길게 보며 느끼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면 유감이겠다.  


산넨자카는 다이도 3년 808년에  니넨자카는 다이도 2년  807년에 만들어졌다. 여성들이 순산을 기원하며 기요미즈데라로 가던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 이 길에서 넘어지면 3년간, 2년간 재수가 없다는 설이 있다.


그런 속설이 있으니  관광객 사이에서 다치지 않고 무사히 버스로 돌아온 것이 다행이고 행운이었다.  

아들은 혼자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돌아보겠다며 점심도 마다하고 단독행보를 이어갔다. E sim을 설치한 핸드폰을 쥐어 주었으니 길을 헤매지 않고 약속된 시간까지 버스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떠나보냈다. 같이 다니자니 서로의 취향과 보폭이 다르고 각자 흩어지자니 안전에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때론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고 주체적인 주도력을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만을 바라며 아들에게 2시간의 자유를 주었고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잘 돌아왔다.

이왕이면 5분 전에 와 주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혼자서 구글맵을 켜서 제 위치를 찾아와 준 것으로 안도한다.


천왕이 살았던 궁 앞으로 교토대학이 자리 잡고 있었고 윤동주는 바로 이곳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시간만 있었다면  버스에서 내려 그가 거닐었던 교정을 밟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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