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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Jan 05. 2024

막둥이의 백일

늦둥이엄마입니다만

첫째는 6월에 백일을 맞았었다. 온갖 제철과일에 떡에, 여러 음식들을 잔뜩 차려 백일상을 차렸었다. 꼭 70년대 고희연을 방불케 하는 듯한 백일상. 게다가 우리 부부는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까지 꺼내 입었었다. 커다란 수박까지 올려 뒀으니 말 다했지 뭐.


첫째를 교훈 삼아 둘째의 백일은 조촐하게 가족식사가 끝이었다. 백일이 크게 다가오지 않을 만큼 둘째는 일찍이 잘 자고 잘 먹어주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둘째의 초라한 백일이 미안해졌다. 박 씨 집안에서는 귀한 딸인데 너무 했다 싶어 내내 마음이 쓰였다. 아직 자기 백일 사진을 안 찾는 둘째지만 곧 내놓으라고 떼쓸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셋째는 백일상을 단출하게라도 차려줘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백일의 기적을 바랄 겨를도 없이 너무도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백일이라는 시간이 이리도 짧았나.

막달에 나를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아기를 낳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아빠마저 돌아가셨다. 70여 일 즈음엔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을 했다.


이렇게 많은 일들 속에 백일을 맞았다. 조촐하게나마 상을 차려 놓으니 우리 막둥이의 백일이 실감 난다.


비록 엄마인 나는 탈모가 시작되었고, 아직도 불편한 허리 때문에 걷는 것이 편하진 않지만 이 막둥이를 보며 그간의 슬픔은 한방에 잊힌다.


이 아이로 인한 기쁨은 내가 생각한 것 그 이상이다.


다시 육아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겠지.

막둥아, 너의 성장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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