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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Feb 21. 2024

노련함이 뭐예요?

셋째를 첫째처럼

잠 오면 울고 배고프면 울고. 우는 거라곤 그게 다였던 아기인데 어느 순간부터 예측불가능한 울음을 내고 있다.

먹는 것도 잘 먹고 열이 있는 것도 아니라 아픈 건 아닌 듯했다. 이 녀석 5개월 되었다고 유세하냐. 유세치 고는 거창하구나. 막둥이의 종 잡을 수 없는 울음은 잘 때도 계속되어 통잠은 못 잔 지 오래였다. 물론 엄마인 나도. 심하면 한두 시간 만에 깨어서 울어대니.

게다가 침을 얼마나 많이도 흘리는지 하루에도 서너 번 옷을 갈아입을 정도였다. 턱받이도 뚫고 들어가는 너의 침이란.


막둥이보다 20일 정도 빠른 아기를 키우는 엄마와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이 났어요?"

"아뇨. 아직이요."

오잉? 이제 5개월인데 무슨 이가 난단 말이지?

하지만 이상한 느낌이 들어 집에 오자마자아기 아랫니를 만져봤다. 세상에! 작고 앙증맞은 이 2개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 그래서 울었던 거구나.'


당장 미리 사 두었던 치발기를 손에 쥐어 주었다. 막둥이는 기다렸다는 듯 질겅질겅 씹어대기 시작했다. 옆으로는 여전히 침을 질질 흘리며.


평소에도 침을 많이 흘리는 아인데, 이가 나면서 침을 두, 세 배는 더 흘리는 것 같다. 턱 주위에도 비판텐 연고와 로션을 수시로 발라줬다. 그날 밤, 거짓말처럼 막둥이의 통잠이 다시 시작되었고 나에게도 밤의 평화가 찾아왔다.


이유 없이 우는 아기는 없다. 아기는 계속 사인을 보냈는데, 엄마는 까막눈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셋째를 키워도 이렇게 둔한 엄마 덕분에 우리 막둥이가 수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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