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젖 준다?
젖을 주는 게 쉬울까? 안 주는 게 쉬울까?
3개월 무렵 아이 얼굴에 오돌오돌 불청객들이 올라왔다. 분유를 바꿔서 그런가, 아이 체질인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이는 하루에 거의 분유 900ml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또 게어내기도 자주 했다. 하지만 아기들은 다 그런 거 아닌가.
어느 날부터 유달리 얼굴이 붉고 거칠다. 아이 피부에도 못 보던 동전습진과 붉은 발진이 보였다.
이것은?
둘째 아이 때 봤던 그것과 비슷했다.
바로 아토피!
단순히 침독인 줄 알았는데 대학병원에서 아토피로 진단받고 치료를 했었다. 가슴팍에 생긴 발진이 점점 온몸으로 퍼져갔다. 하지만 돌도 안 된 아이에게 스테로이드 치료하는 것에 확신이 서지 않아 그만두었다.
치료를 멈추자 온몸이 아토피로 뒤덮였고 심지어 갈라지기까지 했다. 아이는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울어 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열심히 공부를 했다. 혹시나 집에 먼지나 진드기 때문일 거 싶어 청소도 했다. 병에는 원인이 있으니. 그걸 알아내고 엄마가 할 수 있는 한 돕고 싶어서. (병원에서 했던 알레르기 검사에도 알레르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내인성 아토피라고 진단받았다.)
수소문 끝에 알게 된 한 카페에서 원인을 알아냈다.
"과식"
15개월이 무슨 과식?
둘째는 분유도 200을 먹었고 심지어 더 먹을 때도 있었다. 둘째라고 정성스레 이유식도 해 먹이지 않고 진밥을 너무 일찍이 시작했다. 아이는 자신이 소화해야 하는 양보다 더 많이 먹고 있었고, 크기가 너무 커서 소화하기 힘들었던 거다.
15개월에 다시 이유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해독주스도 마셨다.
8살이 된 지금은 아토피는 없다.
아, 막둥이도 지금 과식하는 건가?
900을 먹으면 크게 많이 먹는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아이에겐 버거운 일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이들은 배부르게 먹으려고 하는 욕구가 있고
그러다 보니 자기의 소화력보다 더 많이 먹으려 할 수도 있겠구나.
아이에게 180을 주던 분유를 160으로 줄였고, 소화가 잘 된다는 분유로 바꿨다. 3시간 30분에서 4시간 간격으로 먹던 분유를 4시간에서 4시간 30분으로 늘렸다. 그리고 늦은 밤 먹던 분유를 주지 않고 수유 횟수를 5번에서 4번으로 줄였다.
대신 아이가 칭얼거릴 때 많이 안아줘야 하고, 새벽 5시쯤 첫 수유를 해야 한다.
불과 4일이 지났다.
아이 피부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침도 덜 흘리고
놀 때도 편안하게 잘 논다.
보채는 일도 거의 없다.
게어냄도 없다.
말 못 하는 아기가 제 양에 맞지 않게 먹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꼬.
우는 아이에게 젖 주는 게 순간은 쉬워 보이지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게 오히려 아이의 건강을 생각했을 때는 더 맞을 수도 있다. (물론 아이를 굶기라는 건 아니고)
아가야, 잘 먹고 잘 자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