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모유든 분유든 6개월에 이유식을 먹는단다. 게다가 토핑이유식이란 것도 있고. 잡곡도 섞어 먹고. 10년 사이 이유식계에도 천지개벽이 일어났다보다. 하긴 이유식이란 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나 관심 있는 것이니.
6개월에 이유식을 먹는다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아이가 목도 제법 가누고 식사 자리에 앉는 것도 익숙해져야 훨씬 수월하니 말이다.
참 놀라운 건 첫째, 둘째 때 이유식을 어떻게 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
책도 사고, 도서관에서 빌리고 정독한 뒤 야심 차게 이유식 준비물들을 샀다. 깨끗이 세척한 뒤 신랑 기다리는 새색시처럼 대기시켰다.
드디어 오늘 개봉박두!
쌀을 불리고 갈아 물을 10배를 넣어 끓이면 된다.
나름 솥뚜껑운전수 10년째인데, 이유식을 하니 다시 초보운전으로 돌아왔다
게다가 혼자 있는 아이와 끓는 냄비 사이를 오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찌어찌 겨우 끓여 아이 입에 넣어 준다.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고 아이는 운다.
뭐가 문제지?
아이는 배가 고프다.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이유식이 아니라 분유!
얼른 이유식을 포기하고 분유를 먹인다.
다 먹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이때 다시 이유식을 들이밀어 본다.
근데 요 녀석.
넙죽넙죽 잘 먹는다.
싱긋싱긋 웃으면서.
꼭 전에 밥 맛을 본 아이처럼 말이다.
아이가 잘 먹으니 천하를 얻은 듯 기쁘다.
이제 소고기도 먹고 야채들도 먹는다.
부디 계속 잘 먹어주길!
하.
이 에미가 얼마나 공들인 음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