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음식은 안 먹으려 하고
바닥에 떨어진 것은 잘도 먹는다
셋째는 이유식이 어디 있냐며 미역국에 밥 말아주는 게 국룰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둘째도 돌즈음부터는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였었다.
그런데 오히려 터울 있는 셋째는 그게 잘 안된다.
둘째 키울 때는 두 돌 차이 인 첫째를 챙기느라 바쁘기도 했고 육아에 지쳐 밥상을 따로 챙길 여력이 없었다.
셋째는 복덩이가 확실한 게 터울 많은 형과 누나가 없는 틈을 타 엄마의 시간을 오롯이 차지한 걸 보면 안다.
아무래도 여유도 있고 이제 솥뚜껑 운전사 경력 10년쯤 되니 밥 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엄마의 정성을 고스란히 녹아내어 막둥이의 밥상을 차려낸다.
7첩 반상은 아니라도
온갖 유기농 식재료에, 때깔 고은 흰쌀밥에, 시골에서 공수해 온 갖은양념은 다 들어갔다.
처음 몇 숟갈을 잘 받아먹는다.
내 논에 물 들어갈 때와 내 자식 입에 먹는 거 들어갈 때가 제일 배부르다는 옛말처럼
아이가 밥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 저기 재벌집 부럽잖다.
그런데
반도 채 먹질 않고 고개를 휙 돌린다.
어르고 달래 몇 숟가락 더 먹여보지만
막둥이는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
좌절감에 휩싸여있는데
남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다.
"맛이 없어서 그런 거 아냐?"
쳇, 자기가 만들어보라지.
나는 남편과 아이 모두에 서운함 마음에 서둘러 밥상을 치운다.
아이를 내려놓고
설거지를 할 때쯤
아이가 보이질 않는다.
아이를 불러 보고
거실에 놀고 있는 큰 아이들이 데리고 있나 싶어 물어보기도 한다.
여전히 막둥이가 보이질 않는다.
중문을 열고 현관에 나가 노는 재미에 빠져있는 아이라 큰 아이들에게 현관을 살펴보라 했지만 거기도 없다.
막둥이는 끝내 식탁 밑에서 떨어진 반찬을 주워 먹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볼에는 밥풀 몇 개를 장식처럼 붙여놓은 채.
"곱게 차려 둔 밥상은 마다하고, 여기서 이런 걸 먹니?"
아이에게 타박을 주지만
막둥이는 함박웃음으로 대답을 한다.
얼른 식탁에서 꺼내 주워 먹고 있던 걸 뺏으니
대성통곡을 한다.
참, 이걸 보고도 아이에게 그대로 줄 수도 없고.
아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듯든 일러둔다.
"바닥에 떨어진 건 먹는 거 아냐. 식탁 위에 있는 것만 먹는 거야!"
비록 막둥이의 푸대접을 받은 밥상이지만
오늘도 정성껏 꼬마손님의 밥상을 차린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얼른 주어 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