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는 태어난 것 자체로 감격한다.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가 있으면 그것만으로 감사하다.
우리 막둥이는 태어나고 보름이 지나서야 눈을 떴다. 눈 뜨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 아이를 겪어보니 눈을 감고 뜰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첫째, 둘째는 뒤집기, 배밀이, 무릎으로 기기, 잡고 서기, 서기, 걷기 모두 자기 월령에 따라 했었다. 그러기에 크게 걱정할 것도 호들갑 떨 것도 없었다. 오히려 뒤집기 이후로는 언제쯤 했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만큼 아이의 발달에 대해 모르기도 했고, 또 크게 고민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막둥이는 그렇지 않다.
뱃속에서 2주 먼저 태어난 탓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발달이 2달은 느린 건 너무 큰 대가지불이다.
남자아이가 좀 느리다던데.
그렇다고 하기엔 아들인 우리 첫째는 빠르면 빨랐지 발달에 있어서는 뒤쳐진 적이 없었다.
많이 안 안아주면 그렇다던데.
음… 이것도 우리 아이에겐 해당이 안 된다. 막둥이라 온 가족이 물고 빨고 하며 바닥에 놓을 세 없이 안아주기 때문이다.
대체 우리 아이는 뭐든 느릴까.
내 나름의 결론은 ‘기질’이다.
크게 아이 성격이 급한 것 같지도 않고 느긋한 편인 것 같다.
애타는 부모심정도 모르고.
처음엔 주변 비슷한 월령의 아이들의 발달에 주눅 들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느려도 아이는 모든 발달을 천천히 해 내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믿어 주기로 했다.
이번 주말이면 아이는 돌이다.
임신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낳아 놓으니 눈 깜짝할 새 큰다.
돌을 코 앞에 두고 아직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아이.
조바심이 부글부글하지만 느긋하게 아이를 바라보기로 했다.
아이의 웃음 한방에 모든 근심은 녹아내린다.
또 언젠가는 걸으며
못 걸을 때가 편했지 하며 웃을 날이 있으리라.
#늦된 아기
#첫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