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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Oct 25. 2024

세 번째 돌잔치

 아이들의 여름방학과 함께 나는 그 무섭다는 돌밥녀의 길이 시작되었다. 밥만 먹으면 다행인데, 간식까지 내놓으라 하는 천하무적 k-초등학생들과 돌을 눈앞에 둔 막둥이와의 24시간 칩거. 올여름은 더위와 싸운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이 무더위를 표현할 말이 없는 듯하다.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나니 개학을 했고 큰 아이들은 등교를 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려보니 막둥이의 돌이 보름 남짓 남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성대한 돌잔치는 아니라도 돌잔치는 해야겠다 싶어 근처 식당들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막둥이의 돌이 딱 추석과 겹쳐 운영하지 않는 식당들이 많았다. 겨우 한 군데를 찾아 양가 가족들과 함께 조촐한 돌잔치를 치를 수 있었다. 


 첫째는 양가 첫째이다 보니 돌잔치도 셋 중 제일 성대하게 치렀다. 인근 뷔페에서 했는데 아이 덕분에 오랜만에 메이크업도 받고, 드레스도 입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돌잔치도 잔치라고 손님 치르는 게 만만치 않았다. 

 

 첫째의 돌잔치를 교훈 삼아 둘째는 조촐하게 양가 가족들과 근처 식당에서 돌잔치를 했다. 한식당에서 했는데, 대여한 한복이 딸아이에게 썩 어울리지 않아 내내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예민한 딸아이는 왜 자기 돌잔치에는 손님들을 초대하지 않았냐며 오빠의 돌잔치를 시샘했다.


 둘째의 돌잔치가 내 인생 돌잔치는 끝인 줄 알았는데, 세 번째 돌잔치를 치렀다. 급하게 준비하고 정해진 거라 마음은 바빠도 크게 고민할 건 없었다. 두 번 치르고 나니 돌잔치도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지인들을 초대하는 돌잔치는 아니었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답례품과 감사의 편지를 준비해 보냈다. 편지를 적으며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특히 임신했을 때부터 여러 가지 이슈로 마음 졸였던 아이였던지라 무탈하게 돌까지 자라준 것에 감사했다. 아이를 통해 나 또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성숙하게 되어 감사했다. 아이가 자라는 데 함께 해준 양가 어른들과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께 감사했다. 아이는 나 홀로 키우는 것이 결코 아님과 동시에 공동체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돌잔치 하나 끝났는데, 수능 치른 고3처럼 뛸 뜻이 기쁘다. 

 나도 이제 돌 끝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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