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셋?
새근새근 잠이 든 막둥이를 바라보며 남편과 이야길 나누곤 한다.
"그때 공장 문 닫았으면 어쩔 뻔했어."
우리는 상의 끝에 남편이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비뇨기과도 예약. 모든 게 순조로운 듯했다.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남편은 돌연 예약취소를 한다. 무섭단다. 남편은 무섭다는 말로 표현했지만 남자들의 종족보존의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 자체가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남편의 종족보존의 본능은 여자들의 육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남편에게 심겨 있던 유전자는 그의 생식능력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 본능이 우리 막둥이를 만나게 했다.
하지만 막둥이를 만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막둥이는 예쁘지만 이런 막둥이가 한 명 더 생기는 건 나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다시 의기투합하여 비뇨기과로 향했다. 남편의 출산휴가기간 동안 우리는 그간 수고했던 공장 문을 진짜 닫았다.
가임기 여성들은 늘 임신에 대한 불안이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내 계획을 깡그리 무너뜨린다. 뜻하지 않게 태어난 셋째지만 더는 자신이 없었다. 나도 이제 엄마가 아닌 나로서 살고 싶었다. 막둥이를 낳고 육아하느라 축난 내 몸도 좀 돌보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 쑥쑥 자라는 막둥이를 보며 정말 느닷없이 넷째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예쁜 녀석이 하나 더 있어도 좋겠다. 이번엔 딸로.'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된 적이 있었나. 주어진 삶을 살아내 보니 여기까지 와 있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행복을 선물 받기도 했다. 아니 오히려 내 뜻대로 안 되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2024년에 새롭게 태어난 아기들을 보니 막둥이를 낳을 때 힘들었던 것은 까마득히 잊고 공장 문을 너무 일찍 닫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한다. 생명은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충만감을 준다. 비로소 자녀를 많이 낳는 가정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 임신과 출산을 고민하는 예비 엄마가 있다면 꼭 하시길 권한다. 여자로 태어나 엄마가 된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덤으로 애국자도 될 수 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오늘도 예비 엄마들을 격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