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도 거울이었구나
TMI일려나?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불을 안 켜고 들어갔더라. 근데 꽤 밝은 내부에 창문을 보는데 창문의 색이 바다처럼 푸른색을 띠고 있는 거 아닌가. 가만히 앉아서 창문을 바라만 본 것 같다. 볼일이 끝난 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저 푸른 창문을 찍어야 하나 말아야 고민하다가 글을 쓰기로 했다. 창문이 꼭 나 같았거든.
제주에 내려온 뒤로 내 기분 상태는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 윤슬이 자글자글 그려지는 날이면 기분이 좋았고 몽실몽실한 구름이 둥둥거리면 괜히 간질간질하고 잿빛 가득 구름 낀 날이면 어깨가 축 처졌다. 일하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에도 자연에 대고 내 생각을 읊조리는 날이 많아졌달까.
자연과 좀 친해진 기분이 드는 요즘에 오늘 화장실 창문은 제주에 내려온 나처럼 느껴졌다. 불을 켜지 않아도 맑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 환하게 웃으니 어두웠던 마음도 밝아지듯이 분명 흐린 날에는 불을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굳게 닫힌 마음과 같이 창문은 시커먼 색일 것이다. 저 창문도 오늘 아침은 행복했을까. 덕분에 난 행복했다.
자연의 소중함이란 것이 거창한 건 아니더라. 그냥 가까이 두면 자연은 알아서 날 챙겨준다. 그래서 “자연스럽다.”라고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