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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ve Jul 17. 2024

짝사랑해야 사랑을 할 수 있다

모닝콜처럼

정말 사랑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짝사랑은 해 봤어?”라고 되물어본다. 사랑이란 단어를 사랑이라고 쓰지 않는 사랑을 언제쯤 난 할 수 있을까. 매일 적는 일기처럼 나에겐 숙제와 같다. 늘어나는 연애 횟수에 비해 사랑의 농도는 진해지기가 힘들다. 달콤하고 청량했던 과일청이 들어간 에이드가 시간이 지나며 톡톡 터지던 탄산은 줄어들고 단단했던 얼음은 서서히 녹아가고 녹진했던 과일청이 묽어지며 그 맛이 덜해지듯 나의 사랑도 더 이상 새로 만든 에이드 같지는 않다.


떠나간 그들을 지우려니 지워지지 않는 네임펜으로 쓴 글씨처럼 어딘가에 남아있더라. 노트북 앞에 앉아 빈 메모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써지지 않는 글을 생각하듯 나의 결여된 사랑을 고민해 봤다. 답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사랑의 종류는 사랑의 기준만큼 다양하다. 풋풋한 첫사랑, 시린 끝 사랑 그리고 고결한 짝사랑. 짝사랑은 모든 사랑의 시발점이다. 짝사랑하기에 첫사랑을 하고 끝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문제가 바로 “짝사랑도 못 해본 놈”이란 거다. 짝사랑도 못 한 내가 첫사랑이니 끝 사랑이니 입 밖으로 내뱉고 있다니 어디 쥐구멍이라도 들어 갈려다 말았다.


아침 잠을 깨우는 짝사랑은 사랑을 꿈으로만 꾼 나에게 모닝콜처럼 들린다. 소리를 줄이자니 못 일어날까 불안하고 소리를 키우자니 고달플 것 같다.그래도 모닝콜은 꺼둘 수가 없다. 사랑을 하려면. 같은 시간으로 설정한 모닝콜을 계속 듣다 보면 어느샌가 모닝콜 없이도 그 시간에 일어나는 것처럼 매일 짝사랑하겠다. 언젠가 짝사랑 없이 사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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