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빗자루
아침부터 하늘도 운다. 오늘은 부모님이 제주에 오셨다 올라가는 날이다. 종종 내려오셨고 다시 올라 가시지만, 그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빈자리는 커지고 있다. 같이 보내온 시간이 무색할 만큼 짧은 5일이 지나가고 안타깝게도 공항까지 바래다주지 못한 채 출근을 해야만 했다. 비가 오는 날에만 터지는 제주의 엉또폭포처럼 오늘은 나에게 그런 날이다. 예약한 카카오 택시가 부모님을 태웠다는 알림이 오자 하늘에선 비가 쏟아진다. 괜히 택시 기사가 비 오는 도로를 험하게 달리진 않을까 걱정하며 무심한 하늘만 올려다본다. 결국 집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까지 받아야 안심이 되었다.
어느덧 퇴근 시간, 문득 집으로 가려니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듯 공허함이 밀려온다. 1년이든 10년이든 혼자 사는 것이 적응됐다 하더라도 부모님이 다녀간 5일은 그 세월을 관통하는 듯 쓸쓸함과 외로움이 물밀듯 밀려온다.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안은 채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다.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깔끔해진 집은 4월의 날씨이지만 북극의 겨울처럼 차갑게 느껴진다. 짐을 싸고 육지를 올라갈 준비를 하기에도 벅찼을 텐데 미운 아들놈 사는 집이라고 그 짧은 시간에도 청소를 해주셨더라. 다 같이 앉아 저녁 밥을 먹던 식탁에는 밥풀 하나 없고 주무시다 간 침대와 이불들은 세탁까지 되어 정리가 되어 있고 분주하게 요리하시던 주방은 물기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만 울자고 일어나 씻으러 들어간 화장실에선 샤워기를 틀어놓고는 흐르는 물을 핑계 삼아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또 울기 시작한다. 샤워가 끝나면 차려진 저녁 밥상을 그리워하며 문을 열고는 또다시 혼자가 된 것을 자각한다. 잠옷을 가지러 간 내 방에 놓인 오만 원권 몇 장을 발견하곤 침대에 걸터앉아 또 눈물을 흘린다.
집에 온 이후로 지금 글을 쓰는 순간까지 매이는 목구멍을 조이며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다. 지금 흘리는 눈물은 결코 지난 5일이 그리워서만 흘리는 눈물은 아닐 터. 세월이 지나도 사랑의 깊이가 얇아질 생각도 없다.
사랑의 빗자루로 쓸고 간 5일을 주워 담아 쌓이는 먼지처럼 글을 쌓자니 내가 만든 표현이 다 부족해 흐르는 눈물을 닦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