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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톺아보기 Oct 10. 2024

당신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

<내가 잘 하는 건 뭘까>, <내가 잘 하는 건 뭘까?>


3월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학생이 아니더라도 봄과 함께 새로운 기대가 움트는 계절입니다. 새로운 시작이라 하면 '사람'들과의 새로운 만남도 있겠지요. 새로운 반이 되어서, 혹은 부서 이동을 하게 되어서, 그게 아니라면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려면 우선 '나'를 소개하는 통과 의례가 있기 마련이지요. 



여러분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시는지? 한 장의 이력서처럼 지나온 나의 프로필들을 주루룩 열거하는 방법도 있고, 요즘 유행한다는 mbti를 활용해 나의 특징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나의 '장점'을 어필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은 바로 그 '나의 장점'에 대한 내용입니다. 



 








   








  



<내가 잘 하는 건 뭘까?> 공교롭게도 두 그림책 제목이 같아요. '내가 잘 하는 건 뭘까?' 이런 질문을 맞닥뜨리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그간 살아오며 정립된 데이터로 촤르르 한 장의 보고서가 명쾌하게 작성되는가? 아니면 긁적긁적 글쎄요, 라며 말꼬리를 얼버무리게 될 수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꽤나 속을 시끄럽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네요.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과 사회 생활을 한 우리들에게 '잘 한다'는 건 내가 어떤 점에서는 남보다 낫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잘 한다는 건 '비교'를 전제로 하는 질문이 됩니다. 저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모두 그래도 내가 남보다 낫다고 하는 점이 무얼까 골똘히 생각해 보게 되지요.



별로 잘 하는 게 없는데 어쩌지....


유진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내가 잘 하는 건 뭘까?(빨간 콩, 2021)>는 바로 이런 우리의 고정 관념에 대해 다른 해석을 펼칩니다. 



주인공 이름도 '홀수'입니다. 이름부터 뭔가 좀 아쉬워보이는 이 친구가 고심하는 숙제는 바로 '자기가 잘 하는 것'입니다. 홀수는 이런 숙제가 제일 싫습니다. 자기가 잘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거나 적어낼까? 하지만 그러다 친구들이 못하는 걸 알고 놀리면 어쩌지....... 자기가 잘 하는 건 딱히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또 대충 눙치며 넘어가는 성격도 아닙니다. 



 








  



고민을 하던 홀수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제가 잘 하는 게 뭐 같아요?'  '너 기타 치잖아, 얼마 전에 발표회도 했다며.' 아빠가 눈을 끔뻑끔뻑하다 답하는 걸 보면 아빠에게도 딱히 홀수가 잘 하는 게 떠오르지는 않는가 봅니다. 이른바 '평범한 내 아이', 뭘 잘 한다 해야 하지? 그래서 배우는 기타를 들먹입니다. 



그런데 그 '기타'란 말이 홀수의 고개를 더 숙이게 만듭니다. '코드가 생각이 안나면 그냥 치는 척만 해도 돼.', 연주회까지 했어도 잘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치는 척만 해도 돼'라던 기타 선생님께 물어보니 '그 정도면 기타를 잘 하는 편'이라는 답 대신 너 태권도 잘 하지 않느냐라는데. 근데 그 태권도도, 사실은 기타같은 식입니다. 물러서지만 않으면 다 딸 수 있다는데 홀수는 상대방의 발차기에 나가떨어졌던 것이죠. 



위로하는 친구에게 홀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합니다. '배운다고 다 잘 하는 건 아냐'라고. '너무 자존감이 떨어지는 거 아냐?,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홀수는 자기 자신에게 참 솔직한 친구일 수도 있다 싶어요. 과연 이 친구가 이 '잘 하는 것'의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고민에 빠져 있는데 동생이 와서 그림을 그려 달랍니다. 그러면서 형은 그림을 잘 그린다네요. 잘 그린다니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져 그려주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팩폭'은놓치지 않습니다. '형이 잘 그리는 건 아냐'라고. 



또래에 비해 잘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고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했지만, 동그라미 머리에 짝대기로 팔 다리를 그린 동생의 낙서 수준에 비하면 작품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홀수는 비로소 깨달아 집니다, 자신이 잘 하는 걸.



홀수는 누군가와 비교하면 기타도, 태권도도 잘 하는 아이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기타든, 태권도든 잘 한다는 기준 자체가 애초에 넌센스아닐까요. 올림픽 금메달이 아니고서는 말이죠. 아니 그 금메달조차 그 날의 상황과 개인의 처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늘 삶의 기준을 '외부'에 두고 살아가기에 '누구보다 더'라는 기준으로 잘 하는 것을 측정하려 합니다.



홀수는 깨달았습니다. 자기 자신이 지금은 기타도, 태권도도 잘 한다 말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 동생과 같던 그때의 홀수보다는 '일취월장'했다는 점을. 그리고 앞으로 더 잘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린 홀수가 '득도'를 했네요. 어린 홀수의 깨달음이 '경쟁'의 무한루프에 시달렸던 우리에게 '죽비'소리처럼 따갑고 신선합니다. 



 








  



선생님이 찾아낸 장점은? 


구스노키 시게노리가 글을 쓰고, 이시이 기요타카가 그림을 그린 <내가 잘 하는 건 뭘까?>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 다가오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잘 하는 걸 발표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그런데 홀수처럼 다가오도 아무리 생각해도 잘 하는 게 없는 것 같은 거죠. 



고민을 하던 다가오는 선생님께 자신의 고민을 토로합니다. 엄마는 식구 중에 가장 일찍 일어나고, 여러가지 꽃 이름을 알고 있는 슈토는 식물 박사이고...... '엄마도, 친구들이 잘 하는 건 다 찾았는데 제가 잘 하는 건 찾지 못했어요.'



다가오는 정말 잘 하는 게 없을까요? 여러분이 선생님이라면 다가오에게 어떤 답을 주었을까요? 한 40대 여성이 말합니다. 자기는 살아오며 '성실'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그런데 마흔이 되도록 한결같이 성실한 자기 자신을 보며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의 장점이 '성실함'이라는 것을. 그 '성실'처럼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다른 이들의 장점을 '눈밝게' 찾아낼 수 있는 바로 그 점이 다가오의 장점이라고.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새로운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어쩌면 내가 그들보다 빨리 성과를 내고, 우월해져야 한다는 내 무의식의 경쟁 심리로 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요. 그런 뜻에서  이 계절에 두 권의 <내가 잘 하는 건 뭘까>를 읽으며 우선 내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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