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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 Nov 18. 2024

서있는 사람

3. 노순천의 사람이 온다.

사람이 싫었다. 아니 지긋지긋했다.

아플 때만 나를 찾는 엄마,

돈 필요할 때만 찾는 아이,

오늘밥은 뭐야? 퇴근 전에 저녁 메뉴를 확인하는 남편까지......

'나는 그들에게 밥이고 돈이고 언제든지 무료로 부려먹을 식모일 뿐이야!'

사람이 싫어 혼자 간 곳에 노순천의 사람이 있었다.

소다 미술관은 찜질방으로 지어진 건축물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만든 미술관이다.

찜질방 자리에 노순천이 철로 만든 커다란 사람이 앉아 있다. 공간에 그림을 그린 것 같은 강철.

나는 그를 바라본다. 카페에 나와 앉아있으니 그의 머리만 덩그러니 보인다.

원래대로  여기에 미술관이 아니라 찜질방이었다면 내가 저 사람처럼 누워있었겠지.

그는 나를 보면서 말한다.

'그냥 살아. 목욕하고 하늘 보고!

밥이고 돈이고 식모고... 그런 거 아니면 뭐가 되고 싶은 건데?

하늘도 물도 바람도 땅도 네 곁에 있잖니'


노순천의 서있는 사람 1은 성난 눈으로 나를 맞았다. (화가 나서 왔으니 화난 사람으로 보였다.)


 

하늘을 이고, 바람을 쐬고 땅을 터덜터덜 걷고 숲을 가로질러 나오니

사람은 그냥 사람이고 사람일 뿐이다. 잘 보이지도 않았다. (사실 내 맘먹은 것에 따라 야무진 딸, 생활력 강한 엄마, 다정한 남편이 된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본 사람은 내 얼굴을 닮았다. 서있는 사람 2는 자연에 파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눈 오는 날 또 보고 싶은데, 그때는 어떤 표정일까? 눈 오는 날, 입김을 불면 하얀 김이 나오는

추운 날의 꽁꽁 언 나도 보고 싶어졌다.

굳건하게 견디고 견디고 슬프게도 고독하게 서있겠지.

또 보자! 사람!


서있는 사람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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