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헤어진 다음날,미술관에 갔다.
03화
실행
신고
라이킷
18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바비
Nov 18. 2024
서있는 사람
3. 노순천의 사람이 온다.
사람이 싫었다. 아니 지긋지긋했다.
아플 때만 나를 찾는 엄마,
돈 필요할 때만 찾는 아이,
오늘밥은 뭐야? 퇴근 전에 저녁 메뉴를 확인하는 남편까지......
'나는 그들에게 밥이고 돈이고 언제든지 무료로 부려먹을 식모일 뿐이야!'
사람이 싫어 혼자 간 곳에 노순천의 사람이 있었다.
소다 미술관은 찜질방으로 지어진 건축물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만든 미술관이다.
찜질방 자리에 노순천이 철로 만든 커다란 사람이 앉아 있다. 공간에 그림을 그린 것 같은 강철.
나는 그를 바라본다. 카페에 나와 앉아있으니 그의 머리만 덩그러니 보인다.
원래대로 여기에 미술관이 아니라 찜질방이었다면 내가 저 사람처럼 누워있었겠지.
그는 나를 보면서 말한다.
'그냥 살아. 목욕하고 하늘 보고!
밥이고 돈이고 식모고... 그런 거 아니면 뭐가 되고 싶은 건데?
하늘도 물도 바람도 땅도 네 곁에 있잖니'
노순천의 서있는 사람 1은 성난 눈으로 나를 맞았다. (화가 나서 왔으니 화난 사람으로 보였다.)
하늘을 이고, 바람을 쐬고 땅을 터덜터덜 걷고 숲을 가로질러 나오니
사람은 그냥 사람이고 사람일 뿐이다. 잘 보이지도 않았다. (사실 내 맘먹은 것에 따라 야무진 딸, 생활력 강한 엄마, 다정한 남편이 된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본 사람은 내 얼굴을 닮았다. 서있는 사람 2는 자연에 파묻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눈 오는 날 또 보고 싶은데, 그때는 어떤 표정일까? 눈 오는 날, 입김을 불면 하얀 김이 나오는
추운 날의 꽁꽁 언 나도 보고 싶어졌다.
굳건하게 견디고 견디고 슬프게도 고독하게 서있겠지.
또 보자! 사람!
서있는 사람의 그림책
keyword
사람
남편
Brunch Book
월요일
연재
연재
헤어진 다음날,미술관에 갔다.
01
안녕! 소다
02
영감의 자리에 앉아보실래요?
03
서있는 사람
04
4. 알 수 없음
05
5. 나쁜 남자, 카라바조(미켈란젤로 메리시)
전체 목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