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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 Nov 25. 2024

4. 알 수 없음

unknown/권순엽


남편은 자신의 가족을 <족> 같다고 했다. 

남편은 나의 평범한 원가족을 부러워했다. 

"왜 우리 땐 9시 뉴스가 끝나면, '새 나라의 어린이는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왔잖아. 그러면 아빠가 '이제 잘 시간이다!'라고 하고 나는 군말 없이 9시에 잠자러 갔어. 그런데 말이야, 내가 잠자러 가면 모두들 안방에서 맥가이버를 봤어!" 

한밤 중에 깨어나 나만 빼고 온 가족이 보고 있던 맥가이버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빈정대듯이 말했다. 

"나는 술 취한 아빠랑 엄마가 매일 싸웠어. 9시에는 잔적이 없어. 당신은 부모님께 고마워해야 해"

그런 남편에게 <나도 알아>, 같은 말... 은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엄마와 아빠를 고마워하긴커녕 원통하단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은 나를 철딱서니 없는 막내딸로 치부해 버렸다.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주정뱅이 아빠를 피해 집 나간 엄마와 그런 엄마 아빠를 원망하며 한없이 삐뚤어져간  남편의 어린 시절을 이해한다고 하는 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나는 몰라. 당신을 전혀 모르겠어.

 

당신은 늘 이상했어.(옷은 늘 계절과 맞지 않았고 양말은 항상 짝짝이였지) ODD

그런데도 당신이 왜 그렇게 화가 나있는지 궁금했어. (남들이 웃을 때도 당신은 늘 빈정거렸지) CURIOUS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어. 어쩌면 그게 시작이었어. 절대로 알 수 없는 타인의 삶 LIVE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는 거 같아. 그게 뭐 사랑이라고 하면 사랑이겠지. LOVE 

지금 NOW

여기에 HERE

이상한 모습 그대로 있어도 돼. 더 좋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ODD

내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애쓰지 마. 

내가 한번 노력해 볼게. 당신의 이상한 그 모습 그대로 좋아해. 

나는 당신을 알 순 없을 거야. 먼지이며 우주를  내가 어찌 알겠어. 

그래도 노력은 해볼게! 


내가 만난 알 수 없는 세상, 삶에 대한 따뜻한 여섯 단어. 

CURIOUS, ODD, LIVE , LOVE , NOW , HERE



세상은 알 수없지만,  엉뚱하고 이상한 것들에 대한 삶을 이해하겠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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