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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Feb 07. 2024

백번의 검색보다
한번의 전문가 답변이 낫다

지식 전달과 인성 교육은 모두 인간의 영역이다: 기술은 거들뿐!

나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해주는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요즘 학생들이 질문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신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질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요즘 학생들이 얼마나 질문이 많은지 금방 알 수 있다.

일단 자기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질문을 하길 원한다. 그래서 손들고 질문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한다.

그런데 구글 설문지 링크를 보내주면서 질문을 보내라고 하면 그렇게 질문이 많다.

한 클래스에 50명이 모여 수업을 하는데, 이 중 무려 25명이 질문을 보낸다.

또한 질문 자체가 하나의 보상이 된다는 것을 알 때, 학생들은 질문을 한다.

단 0.1점이라도 가산점을 주어야 마음 속에 꽁꽁 숨겨둔 질문 보따리를 풀어놓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질문을 하면 망신을 당하거나, 핀잔을 듣기 일쑤였는데,

대학에 와서는 질문이 보상이 되니, 너무들 좋아한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이 세상과 학문에 더 많은 질문을 하고

그렇게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깨달아 갔으면 한다.


학생들의 질문을 받다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때가 많다.

질문이 20개라면, 그중 4개에서 5개 정도는 비슷한 내용의 질문이라는 것이다.

즉 질문의 내용이 약간씩 다르고, 문법도 약간 다르고, 표현도 약간 다르지만,

크게 봤을 때는 하나의 질문으로 봐도 무방한 질문들이 많다.

인지심리학자로서 이런 현상의 이유를 분석해보자면,

학생들이 결국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야 말로 질의응답을 하면서 얻는 부수적인 효과이자, 좋은 효과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이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우와. 저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저기 또 있네.

-나와 비슷하게 힘든 시간과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저기 또 있네.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

-나에게 공감해주고, 나와 말이 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구나.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용기를 내자!


질의응답의 또다른 장점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은 인간 심리에 대한 오해와 편중된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질의응답을 통해 과학적인 연구결과에 바탕을 둔 전문가의 견해를 들려줌으로써

오해를 해소하고, 편중된 생각을 균형 있는 생각으로 바꿀 수 있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학생들 중에는 커피가 몸에 굉장히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커피가 몸에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굉장히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커피를 입에도 안대려고 하고,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커피를 하루 종일 먹으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굉장히 많은 학생에게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

"교수님. 커피가 몸에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교수님. 어쩔 때는 커피가 몸에 좋다는 신문기사가 나오고, 어쩔 때는 나쁘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도대체 어떤 내용을 믿어야 하나요?"

"교수님. 인터넷 검색 결과에서 커피가 좋다는 의견과 나쁘다는 의견이 막 섞여있는데, 뭘 믿어야 하나요?"

주의와 집중력, 혹은 필수 수면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던 수업에서는 커피 질문이 꼭 나오는데,

질문을 20개 받으면 4-5개는 꼭 이런 식의 질문이다.

과연 전문가는 이에 대해 뭐라고 답변할까? 커피와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종합했을 때 뭐가 정답인걸까?


적당히 먹으면 몸에도 좋고, 정신 건강에도 좋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몸에도 나쁘고, 정신 건강에도 나쁘다는 뜻이다.

여기서 적당한 양의 커피라는 것은 작은 사이즈(원 샷, 톨 사이즈)로 하루에 두 잔 정도다.

작은 사이즈로 아침 먹고 한 잔, 또 작은 사이즈로 점심 먹고 한 잔. 이것이 최적이다.

(저녁에는 먹지 말아야 한다.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

이러면 정신 건강에도 좋고, 신체 건강에도 좋다.

적당히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혈액순환, 신진대사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그 이상이 되면 나쁘다.

빅 사이즈(투 샷, 그란데 사이즈 이상)로 하루 두 잔 이상은 신체 건강에도 나쁘고, 정신 건강에도 나쁘다.

적당한 집중력이 아닌, 긴장과 불안을 유발하고, 혈압을 상승시키며,

신진대사에 역기능(화장실을 너무 자주감)을 불러 일으킨다.

커피를 빅 사이즈로 드신다면, 오전에 한 잔만 먹고 끝내야 한다.


전문가의 이와 같은 견해를 들은 학생들은 고민이 해결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알았다는 느낌을 얻고, 수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다.

어떤 학생들은 좀 과하다 싶게 이렇게 말한다. '이런게 대학이지' '대학이 이런 맛이 있어야지'

검색으로도 해결 안되던 문제,

뉴스 기사를 보는 것만으로는 고민이 깊어져 갈 뿐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할지 불확실하던 문제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질의응답을 통해 명쾌하게 해결되니 너무 행복했던 모양이다.

맞다. 이런게 대학이고, 이런게 대학의 맛이지.


검색의 시대라고 해서 대학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대학은 가서 뭐하냐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검색하면 고민이 해결되지 않고, 고민이 증폭될 것이라고.

검색하면 뭔가 명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그런게 검색의 한계이고, 인터넷의 한계라고.

뉴스보면 여러가지 다 알 수 있는데, 뭐하러 대학에 다니나고?

이것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대학에서 배울 게 많다고 확신한다.

뉴스를 보면 고민이 해결되기는 커녕 고민이 더 깊어질테니 말이다.

뉴스를 보면 지식이 정리정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뒤죽박죽이 되어서 혼란해질 것이니 말이다.

대학에서 전문가(교수)의 의견을 한 번 듣는 것이 백 번의 검색보다 낫고,

대학에서 전문가(교수)의 의견을 한 번 듣는 것이 천 번의 뉴스 시청보다 낫다.

또한 뉴스와 검색의 결과는 편중되어 있을 때가 많아, 그것만 보다가는 균형감을 상실할 수 있는데,

대학에서 전문가(교수)의 의견을 한 번 들으면 균형감있는 사고,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이야기할 수 밖에 없네)

캬~ 그래. 이게 대학이고, 이게 대학의 맛이지!

아무리 IT기술이 발전해도 대학은 역시 대학이고, 교수는 여전히 교수다.

하이테크(High-Tech), 하이터치(High-Touch)라고? 헛소리 하지말아라.

기술이 과연 인간 교사처럼 제대로 된 걸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은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런 건 안되는 것이다.

인간 교사는 하이터치 교육, 정서교육, 인성교육이나 하라고? 헛소리말라.

지식을 가르치는 것과 인성과 정서를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 분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식을 가르치며, 인성과 정서도 같이 전달되고,

인성과 정서가 전달되려면 지식을 전달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인성이나 정서, 지식 전달을 분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언제쯤이 되야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안 들을 수 있을까.

교육은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간 교사, 인간 교수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져야 할 것이다.

지식 전달도 인간 교사가 더 세밀하게 하고, 정서와 인성 교육도 역시 인간 교사가 더 세밀하게 해야 한다.

기술과 기계는 보조 수단일 뿐이다.

검색 결과도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나 의미 있는 것이지, 전문성 없는 사람에게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처럼

기술도 전문성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그냥 덮어놓고 기술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 거짓말이니 말이다.


살맛나는 세상은 IT기술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살맛나는 세상은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참고문헌

MacFadden, R. J., Herie, M. A., Maiter, S., & Dumbrill, G. (2005). Achieving high touch in high tech: A constructivist, emotionally-oriented model of web-based instruction. Journal of Teaching in Social Work25(1-2), 21-44.


*표지 그림 출처

사진: Unsplashcharlesdeluv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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