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May 15. 2024

효과성과 효율성은
달라도 너무 다른 말입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와 어떻게 할 것인지는 좀 구분합시다

심리학 분야의 연구 중에는 'A가 B에 미치는 효과'라는 형식의 제목이 많다.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미치는 효과, 스마트폰 사용이 기억력에 미치는 효과,

코로나-19 감염이 만성 두통에 미치는 효과,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수행이 총기 난사 범죄에 미치는 효과 등등,

심리학은 가히 효과성의 과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심리학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극적으로는 인과관계(causal relationship)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효과가 있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발견한 것이고,

효과가 없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미치는 효과에서 원인은 스트레스고,

이 스트레스가 유발한 결과는 우울증이다.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총기 난사 범죄에 미치는 효과에서 원인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수행이고,

이 게임 수행에서 파생된 결과는 총기 난사 범죄이다.


그런데 말이다. 혹시 이런 생각해본적 있는가?

이런 효과를 발견하기 위해 한 심리학자가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을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을지 말이다.

과연 어떤 심리학자가

총기 난사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 원인을 찾기 위해 처음부터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에 주목했을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폭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하고 실험을 했는데 실패했을 것이고,

다음에는 가정에서의 폭력이라고 생각하고 실험을 했는데 또 실패했을 것이며,

그 후에는 알콜 섭취나 마약 중독이라고 생각하고 실험을 했는데 실패했을 것이다.

이렇게 수없이 많이 길을 헤매다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까지 이르게 되었고, 마침내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도 실험을 하는 심리학자로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한다.

여기서 시행착오는 결국 효과가 없다고 밝혀질 변수를 집어 넣어서 실험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효과 없는 실험을 하다가 하나씩 하나씩 중요한 발견을 해나가게 된다.

이런게 심리학이다.


'효과' 혹은 '효과성'이라는 것이 이렇다.

어떤 변수를 상정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 있고, 있을 수 있다.

물론 시행착오도 경험이 되고, 공부가 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시간낭비와 돈낭비를 한 것이다.

실험에는 늘 자원이 들어간다.

시간이 들어가고, 참가자에게 줄 사례비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과 돈이 투입된 실험에서 효과를 검증 못하면,

배운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약간 기분이 상하고, 의기소침해질 때가 많다.

내가 또 헛짓을 했구나라는 자괴감을 들 때도 많다.


이런 헛짓을 방지하지 위한 유일한 방법은

선행연구 고찰이라는 엄격한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과거에 어떤 연구들이 있었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공부해서

처음부터 효과가 있을만한 변수를 설정했다면, 돈 낭비와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것이 효과성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그럼 효과성 있는 변수를 설정해야 한다.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것을 해야 효과가 있지,

효과가 없는 것은 백날 해봐야 효과가 없다.

이처럼 효과는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효과가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하고, 효과가 없는 것은 버려야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

돈 버는 것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행동, 습관, 생활패턴, 일, 공부는 버려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돈 버는 것에 효과가 없는 일을 버려라.

그러나 돈 버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돈 버는 것에 효과가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돈 버는 것이 참 쉽지 않은가?

효과 있는 것은 하고, 효과 없는 것은 안 하면 된다.

여러분이 혹시 돈이 부족하다면,

돈 버는 것에 효과 없는 것을 자꾸 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시길.

(혹은 효과 있다고 착각하고 자꾸 하고 있거나, 속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시길)


교육 프로그램 중에서도 효과가 없는 교육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다.

효과성 검증도 되지 않은 강의가 그렇게 많고,

효과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강의로 기업 강연을 다니고,

공무원 교육을 하러 다니면서 돈을 버는 사이비 강사들도 그렇게 많다.

이렇게 눈먼 돈들이 많아서야...

그 돈을 나에게 주어 과학적인 연구에 사용하게 해주길 바란다.


강아지의 행동을 코치하거나, 수정하고 싶을 때, 칭찬이나 처벌은 별 효과가 없다.

가장 좋은 도구는 '먹이'다.

먹이를 주면서 행동을 유도하고, 수정하려고 할 때는 잘 되지만,

먹이 이외의 것으로 하려고 할 때는 거의 실패하게 된다.

이런 것이 바로 효과성이다.


그럼 효율성은 무엇일까? 다시 강아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여기 한 마리 강아지의 주인이 있다.

이 주인은 이국희 교수에게 강아지 훈련에는 '먹이'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주인은 A브랜드 육포를 주면서 훈련을 시작했고, 한 가지를 학습하는데 2주가 걸렸다.

학습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고 생각한 주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B브랜드 육포로 바꾸어서 다른 훈련을 시작했다.

첫 훈련과 난이도가 비슷한 과제였으나, 이번에는 학습에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것이 바로 효율성이다.

A브랜드 육포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효율은 떨어진다.

그러나 B브랜드 육포는 효과가 있고, 심지어 효율이 높은 먹이다.


먹이를 준다는 행동을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얼마나 강하게 나타나는지는 어떤 먹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우리집 강아지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는, 더 매력적인 간식일수록 효과가 클 것이고,

매력적이지 않은 먹이일수록 효과가 낮을 것이다.

이렇게 무엇을 할지 결정한 상태에서,

그 무엇의 세부사항에 따라 효과의 크기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효율이라고 부른다.


수학과 영어 일타 강사님들이 공부에 고민이 있는 학생들을 코칭해 주는 프로그램에 보면

효과적인 공부법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이 말은 '효율적인 공부법'이라는 말로 수정되어야 한다.

무슨 공부를 하는 것 자체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영어면 영어, 수학이면 수학이라고 결정되어 있다.

그것을 해야 대학에 갈 수 있고, 미래에 보탬이 된다.

이렇게 미래 지향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을 선택했다는 측면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효과적인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효과의 강도이다.

어떤 학생들은 무엇을 할지 잘 정해서 시간과 돈을 투입하지만,

투입한 시간과 돈 만큼의 성취를 거두지 못한다.

이건 효과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을 문제다.

영어냐, 국어냐, 수학이냐를 선택하는 것은 효과의 문제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잘하게 되느냐 아니냐는 효율을 문제다.


효율은 공부를 무작정해서는 안된다는 말과 관련이 있다.

공부를 무작정해서는 성적 향상과 기억력 향상, 문제해결력 향상에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효율성이 높은 공부법을 써야 한다.

답안지나 해설을 보면서 수학 공부를 하는 것 효율이 낮거나 거의 없다.

원리를 터득하고, 개념과 원리를 가르치고, 설명할 수 있게 되어야 수학 공부의 효율이 높다.

영어 단어를 무작정 쓰는 것은 영어 실력 향상에 효율이 거의 없다.

발음을 정확하게 소리내어 말하면서 외우고, 어떻게 들리는지 확인하면서 외우며,

읽는 순서대로 해석이 되도록(직독직해) 공부할 때,

리스닝과 리딩에서 모두 성적 향상의 효율이 있다.


연기자가 훌륭한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

대본을 외우려는 목표를 정한 것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본을 무작정 읽기만 하는 식으로 외우는 것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런 방법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대본을 소리내어 말하고,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외우려고 하고,

자신이 맡은 배역의 성격을 이해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상대 배역의 대사까지도 이해하면서

표정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연구할 때 대사가 잘 외워진다.

연기자들 중에서 연구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사를 효율적으로 외우려면 과학자처럼 연구하듯이 접근해야 하기에 연구원이라 불리는 것이다.


무슨 치료를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효과성의 문제이다.

그러나 그 치료를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강도로 시행할 것인지는 효율성의 문제다.


정리하면, 효과성은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문제이고,

효율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는 문제이다.


처음부터 내 인생의 목적이나 목표에 효과가 있는 것을 선택해야 효과적이고,

그렇게 정한 과업의 성과가 투입한 자원(시간, 돈 등) 대비 빠르게 나타나야 효율적이다.


여러분의 인생의 목표가 효과적인지 점검하라는 말은 맞지만,

목표가 효율적인지 점검하는 말은 틀리다.


여러분의 인생의 목표를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효율적인지 확인하라는 말은 맞지만,

그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라는 말을 틀리다.

방법은 이미 목적과 목표의 효과성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분이 효과적인 목표를 정해서 효율적으로 수행했으면 한다.


*참고문헌

Zidane, Y. J. T., & Olsson, N. O. (2017). Defining project efficiency, effectiveness and efficacy. International Journal of Managing Projects in Business10(3), 621-641.


Simon, G. E. (2002). Evidence review: Efficacy and effectiveness of antidepressant treatment in primary care. General Hospital Psychiatry24(4), 213-224.


*표지 그림 출처

사진: UnsplashLuke Ellis-Craven

이전 20화 발전이 정체된 사회에 필요한 심리적 처방, 낭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